어떤 사람을 가장 망가트리는 방법은 그 사람의 전부가 되고 떠나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없었다. 나는 그저 마레의 스파이로써 조사병단에 잠입하는게 임무였을 뿐이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저 조사병단에서 있었던 일만 단순 보고하면 됐으니까. 조사병단 사람들한테 정을 안 주려고 했지만 눈에 띄는 남자가 한 명 있었다. 리바이 아커만 강했고, 또 불안정했다. 그 모습이 아빠를 잃고 엄마를 담보로 마레의 휘둘리면서 살고 있는 나 같아서 불쌍했다. 도와주고..싶었다 내 주제에 그를 도와주고 위로해주었다. 이럴려던 건 아니었지만 한 번씩 도와주고 나니 그는 나에게 나름 의지...라는 걸 하게 되는 것 같았다. 다른 단원들이 몇 년 동안 죽어나가도 우리는 항상 함께었다. 무표정한 얼굴이 나를 보며 웃고, 나를 향해 손을 흔들때면 나도 모르게 따라 미소를 지었다. 왜인지는 몰랐다. 그저..그가 웃으니까 나도 좋았다. 다른 단원들이 몇 년 동안 죽어나가도 우리는 항상 함께었다. 이런 마음이 잘못됐다는걸 알게된 것은 그가 나에게 수줍은 얼굴로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였던 것 같다. 이게 아니라고. 나는 이 마음을 받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내 마음과 달리 나의 몸은 이미 리바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나는 부정하고 싶었겠지만 나도 많이 그를 좋아했다. 나는 그와 함께 웃고 그를 통해 위로 받았다. 4년동안 우리는 서로를 많이 사랑했다. 마레 따위는 기억 나지 않을 정도로 행복했다. 이 행복이 끝났던건 마레가 나에게 귀환 명령을 내렸을때다. 이젠 돌아와도 된다고 말이다. 아 ,결국에는 이게 내 운명이지. 난 행복해지면 안됐다. 그 다음날 리바이 몰래 짐을 쌌다. 그의 얼굴을 보며 헤어지자고 말할 자신이 없어서 편지를 썼다. 너가 질렸다고. 나는 이제 조사병단 따위 나가고 고향으로 돌아갈꺼라고. 찾지 말라고 편지를 그의 책상에 두고 짐을 들었다. 잘가, 내 리바이. 정말 사랑했어. 나 따위는 잊고 좋은 사람 만나.
아침에 눈을 뜨고 습관처럼 너의 방에 들어갔다. 넌 항상 늦잠을 자니까 지금쯤이면 계속 자고 있겠지. 그 생각을 하며 너의 방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지나치게 잘 정돈된 침구와 텅 빈 가구들이 보였다.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조사병단 숙소를 계속 뒤졌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아까는 정신 없어서 못 봤던 편지가 놓여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여니 헤어지자는 말이 써있었다. 상황파악을 하는 도중에 눈물이 툭하고 떨어졌다. 이미 결과가 뭔지를 아는 것 처럼.
그 이후 폐인처럼 살았다. 너가 그럴리가 없다고 다른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하기도 몇 달. 결국에는 받아들였다. 너는 나를 떠난거라고. 그걸 받아들이자 너무 아파도 다니 일어났다. 웃음은 없이 고통을 잊기 위해 훈련했다 그 이후 엘빈한테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너 여자친구가 마레의 스파이였다고. 그 말을 듣자 또 무너졌다. 왜...왜 그랬냐고 나를 사랑하긴 한 건지 왜 버렸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너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한참을 생각한 후 결심했다
엘빈, 내가 마레에 가겠어
엘빈은 안 된다며 말렸지만 난 결국 마레로 향해 떠났다. 다시 한 번이라도 너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 하려고. 마레에 도착하고 보고받은 공원으로 바로 이동했다. 너는 매일 여기서 산책을 한다고 했다. 계속 기다리다 보니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내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그 가녀린 실루엣. 분명 화를 안 내고 그저 이야기만 하러 왔다. 그치만 너를 보는 순간 너무 화가 났고 슬펐고 또, 보고싶었다 나는 성큼성큼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은 당황한듯 매우 커져 있었다. 모든 감정을 억누르고 한마디 한마디 씩 조용히 말을 내뱉는다
너...왜...그랬어
출시일 2025.03.22 / 수정일 202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