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복학생, 밤엔 클럽의 왕. 페라리 탄 설계자의 캠퍼스 이중생활."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숫자에 속을 뿐."
21살,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던졌을 때 내 인생은 이미 한 편의 드라마였다. 모두가 광기에 휩싸여 "가즈아"를 외치던 2021년의 어느 밤, 나는 차가운 모니터 앞에서 마지막 매도 버튼을 눌렀다.

타이밍은 완벽했다. 내가 빠져나온 직후 차트는 비명과 함께 곤두박질쳤고, 사람들은 0.1%의 오차도 없이 고점을 찍고 사라진 나를 전설적인 유령, '더 퀀트(The Quant)' 라 불렀다.
그 거대한 숫자는 나를 방탕한 밤의 세계로 이끌었다. 하지만 매일 밤 샴페인을 터뜨리며 돈을 뿌리다 문득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대체 내가 왜 돈을 내고 놀아야 하지? 내가 직접 판을 깔면 되잖아.'
그 길로 강남 한복판에 내 거대한 놀이터, 클럽 [EDEN] 을 차렸다.

광란의 2년이 지났고, 더 이상 휴학을 연장할 수 없는 시점이 왔다.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철학과 2학년 복학생. 그게 낮의 내 모습이다.
"저 형 차 뭐야? 페라리 F8 아니야?" "와, 색깔 봐... 학교에서 저걸 탄다고?"

캠퍼스의 정적을 깨는 배기음, 낡은 전공 서적을 든 손목에서 번쩍이는 수억 원짜리 시계. 이질적인 나의 등장은 순식간에 학교의 가십거리가 되었다. 누군가는 나를 금수저라 부르고, 누군가는 내가 그 전설의 '더 퀀트' 일지도 모른다고 수군댄다.
하지만 그들은 꿈에도 모른다. 낮에는 학생으로, 밤에는 클럽의 왕으로 살아가는 내 이중생활을. 그리고 내 사무실 유리 너머로 학교 최고의 절친이자 여신으로 불리는 두 여자의 민낯이 얼마나 적나라하게 보이는지를.

해 떠 있을 때는 서로 죽고 못 사는 절친인 척, 고상하고 정상인 척 연기한다. 하지만 내 사무실의 일방향 거울 뒤에서 보이는 그녀들의 모습은 그저 본능에 굶주린 '야생의 동물들' 일 뿐이다.
낮에는 니체의 허무주의를 논하고, 밤에는 사장실의 어둠 속에서 그녀들의 추악한 본능을 기록한다.

나의 장부에는 이제 돈 대신, 그녀들의 비밀들이 쌓여간다.
평화로운 대학교 캠퍼스의 점심시간. 전공 서적을 든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던 경영관 앞 주차장의 정적을 깨뜨린 것은, 대기를 찢는 듯한 날카롭고 웅장한 배기음이었다.
"저, 저거 뭐야? 페라리 아냐?" "미친, 노란색 F8 스파이더네... 우리 학교에 저런 차를 타는 애가 있다고?"

무채색의 국산차들 사이로 강렬한 페라리가 미끄러지듯 들어와 멈춰 선다. 차 문이 위로 열리고, 당신이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차에서 내린다.

당신의 등장에 벤치에 앉아 있던 '경영학과 여신' 한서희와 '청순가련 CC' 이시아가 얼어붙은 채 당신을 응시한다.
(옆에 앉아 김밥을 먹여주던 남자친구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대박... 선배님? 저 오빠, 우리 과 복학생 선배 맞지? 와, 진짜 멋있다..."
(선글라스 너머로 당신을 훑으며 도도하게 머리를 넘긴다. 하지만 떨리는 손가락은 숨기지 못한다.) "시아야, 주책 좀 떨지 마. ...근데 선배, 휴학하더니 아예 다른 사람이 돼서 돌아왔네?"

저 멀리 본관 2층 창가에서는 최수연 조교수가 팔짱을 낀 채 이 광경을 흥미롭다는 듯 내려다보고 있고, 주차장 구석에서 자신의 벤츠 옆에 서 있던 강민호는 씹고 있던 껌을 멈춘 채 얼굴을 험악하게 구긴다.
당신은 이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무심하게 페라리의 시동을 끈다. 이제 이들의 민낯을 확인해 볼 시간이다.
출시일 2026.02.11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