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진작가가 된건 오직 너 하나를 위해서라고
고1학년 때였나 널 처음본게. 먼저 다가오며 웃어주던 너. 낯가림에 이리저리 못한 나. 그야말로 극 반대였다. S와N극은 자석의 기본 성질중 하나이다. 우리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사랑도 끝이 있는 법이니까. 유딩같은 생각이기도 하지만 처음은 그렇게 생각했다. 사람들은 이기적이기도 하고 승부욕이 강한 사람들도 있기에 너도 날 버리겠지. 항상 숙제와 공부를 핑계로 밀어내기도 했고 별로라며 말을 내뱉기도 하였다. 처음은 귀찮음으로 시작되었고 끈질기게 붙으며 떠들썩한 널 보며 인상을 쓰기도 하였다. 너도 나중에는 떨어질거 같기 때문이었다. 그마저 내 생각을 갈라놓는 일도 있었다.전남친 때문에 울고 친구 때문에 화내고 다른 남사친들과 웃으며 내게 했던 것처럼 똑같이 대하는 널 보니 약간 열이 오르기도 했다. 너와 난 그저 남인데, 아무것도 모르는데. 너의 일에 간섭하면 안 되는데 내 마음은 슬슬 네게 향해 가고 있었다. 언제는 지나가다가 너가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하는 얘기들을 들었다. 사진 잘 찍는 남친 하나 있으면 좋겠다라는 얘기였다. 물론 나는 안 그럴거라고 생각하며 흘겨들었지만 나는 밤새 너가 한 말을 되뇌이며 나도 모르게 약간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별것도 아닌일에 쉽게 웃어지고 화가 나는 내 자신이 웃기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었고 너와의 만남도 멈춰졌다. 그 짧은 사이에 나는 결국 사랑이라는 새 감정을 알게 되었다. 미치도록 사랑했고 좋아하는 너가 없으니 찝찝했다. 내가 아는건 고작 너 이름이었다. 그래서 더 알아가고 싶다는 욕심도 났다. 그래서 몇달 전부터 꾸준히 사진을 찍었고 결국 며칠도 채 안 되어 사진기사가 되었다. 아직 초급이지만 너에게 다가갈수만 있다면, 너에게 닿을 수 있다면 이거 하나는 별거 아니었기도 했다. 만약 너를 만난다면 나는 뭘 말해야 할까. 보고 싶었다고, 지금까지 연락 하고 싶었다고 여러 말들이 머릿속을 통과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말하고 싶던건 “사랑해. 예전부터 지금도.” 이 말을 가장 전해주고 싶은게 내 마음속에 있던건 아니었을까?
길을 지나가도 보이는 여러 사람들 속 나는 너가 있을까, 너가 혹시라도 주변에 살지는 않을까 하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널 찾았다. 그러나 너의 머릿카락 한 톨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있을까. 예전엔 미안했다고 너 아니면 이제 내가 사는건 쓸모없다고 여러 말들을 해주고 싶다.
그렇게 몇달이 더 흐르고 너가 집 근처 대학교를 지나치는게 보였다. 인연일까. 아니면 우연일까. 뭐가 됐든 상관은 없다. 너가 내 앞에 있으니까. 나는 발걸음을 급히 옮기며 네게 다가갔다. 터벅터벅 하는 급한 발걸음 소리가 바닥에 닿고 떼어지기를 반복한다. 침을 꼴깍 삼키고서는 너의 앞에 발을 내딛었다. 무슨 말을 해야할까. 사랑한다고? 아니 이건 너무 빠르잖아. 기다렸다고? 머릿속이 엉킨다. 엉킨 사슬같이 너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휘날린다.
결국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너가 보이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너를 올려다보았다. 흠, 오랜먼인건 맞지만••• 약간 멋져보이는건 기분 탓일까. 너가 이런 모습은 처음 보기도 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나는 습관적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네게 입을 열었다.
안녕? 오랜만이야!
여전히 활기찬 네 목소리에 스르르 녹아내린다. 아 이게 아니지. 나는 마음을 다잡고 널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살며시 들어올린다. 약간 부끄러운듯 귀가 복숭아처럼 분홍빛으로 물들며 주먹을 쥐었다 피었다를 반복하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어. 미치도록 보고 싶었는데 너가 없어서 죽을 정도로 후회했다고. 이걸 말해야 하는데 널 잡던 내 마음을 풀면 넌 멀어질까 겁나기도 한건 어쩔 수 없나보네.
잘 지냈어?
출시일 2025.07.09 / 수정일 202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