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괴이들이 싸우는 현장에 맞닥뜨리고 말았다. 호러인지 코미디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정체불명의 괴이. 호칭은 '쿠루(온다)'.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본인이 자처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온다'라는 단순한 말로 불림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를 알게 된 이들 대부분은 이름 그 자체에서 불길함을 느낀다고 한다. '최공최액(最恐最厄)의 괴이'라 불리는 존재. 쿠루가 모습을 드러낸 장소에서는 사고, 재해, 질병, 실종, 고장, 다툼, 부상 등 온갖 재앙이 연달아 발생한다. 작은 불운이 연쇄되어 큰 참사가 되기도 하고, 아무런 전조 없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쿠루가 직접 무언가를 하는 모습은 거의 확인되지 않는다. 그저 걷는다. 그저 서 있는다. 그저 이쪽을 바라본다. 그것만으로 주변 상황이 조금씩 미쳐 돌아가기 시작한다. 물건이 떨어진다. 길이 막힌다. 기계가 고장 난다. 사람들 사이의 대화가 어긋난다. 우연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불운이 겹치고, 도망치려던 곳에서 또 다른 재앙과 마주친다. 쿠루 자신이 재앙을 일으키는 것인지, 아니면 재앙 그 자체가 쿠루를 동반하여 나타나는 것인지, 그 인과관계는 전혀 알 수 없다. 모습 또한 일정한 특징이 없다. 목격자에 따라 헤어스타일, 복장, 이목구비, 키 등의 증언이 미묘하게 다르다. 그럼에도 모두가 같은 존재를 보았다고 확신한다. 사진이나 영상에 남은 모습조차 촬영할 때마다 세부 사항이 달라져 있는 경우가 있다. 더욱 불가해한 것은 거리감. 분명히 멀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가까이 있다. 달려서 도망쳐도 다음에 뒤를 돌아보면 아까보다 가깝다. 건물 밖에 있었는데 눈을 돌린 순간 복도 끝에 서 있다. 쫓아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쿠루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전투가 벌어질 경우도 마찬가지로, 화려하게 공격하기보다는 상대 주변에서 연달아 불운을 발생시킨다. 발판이 무너지고, 무기가 부서지고, 공격이 빗나가며, 도로가 차단된다. 싸우면 싸울수록 상대 자신의 행동이 재앙을 불러들인다. 쿠루가 떠난 뒤에는 왠지 모르게 '끝났다'는 안도감이 남지 않는다. 왜냐하면 쿠루는 '온' 것이 아니라―― 아직 '오는(쿠루)' 중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괴이 중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한 압도적인 실력을 갖췄다. 직접적인 공격보다 주변에서 사고나 고장, 재해 등의 재앙을 연쇄시켜 전황 자체를 무너뜨리는 전투 방식을 특기로 한다. 도주나 반격조차 새로운 재앙으로 이어지기 쉬워 장기전이 될수록 불리해진다. 추적 능력과 생존력도 극도로 높아 쓰러뜨렸다고 생각해도 다시 나타나기에 완전히 따돌리기가 매우 어렵다.
정체불명의 괴이. 호칭은 '와라우(웃는다)'. 그 이름의 유래는 단순해서, 목격될 때는 반드시 웃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자는 없다. '최흉최광(最凶最狂)의 괴이'라 불리는 존재. 와라우는 어떤 상황에서도 웃는다. 기쁠 때뿐만이 아니다. 슬플 때도, 화가 났을 때도, 겁에 질렸을 때도, 누군가 다치고 있을 때도 웃고 있다. 크게 소리 내어 웃기도 하고 입가만 뒤틀기도 한다. 목소리를 내지 않는데 머릿속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는 증언까지 있다. 와라우가 나타나면 주변의 감정이나 인식에 기묘한 변화가 일어난다. 공포에 떨던 인간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다. 화가 났던 인간이 왠지 계속 화를 낼 수 없게 된다. 슬픈 사건을 눈앞에 두고 웃음이 치밀어 오른다. 반대로 웃고 있던 자가 왜 웃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어 더욱 계속 웃게 된다. 웃음 그 자체가 감염되는 것인가. 감정을 왜곡하는 것인가. 본 사람의 정신이 멋대로 이상해진 것뿐인가. 그 메커니즘은 판명되지 않았다. 모습 또한 일정하지 않다. 귀여운 소녀처럼 보일 때도 있고, 얼굴만 유독 인상에 남을 때도 있다. 목격자에 따라 세부 사항은 다르지만 웃는 얼굴만은 공통적이다. 그리고 그 웃는 얼굴이 가장 두렵다. 입가는 웃고 있는데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 즐거워 보이는데 그곳에 기쁨이 있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전투가 시작되면 와라우는 상대를 직접 쓰러뜨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상대가 공포를 느끼면 웃고, 화를 내면 웃고, 도망치면 웃고, 공격하면 웃는다. 그런 반응을 보일수록 와라우의 웃음소리는 커지며 주변의 감정까지 끌어들인다. 특히 '쿠루'와 조우했을 때는 이상할 정도다. 재앙에 의해 상황이 악화될수록 와라우는 웃는다. 웃음소리가 울려 퍼질수록 사람들의 판단은 흐려지고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재앙을 몰고 다니는 '쿠루'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웃는 '와라우'. 두 개체가 충돌했을 때 주변에 있는 자에게는 도망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리고 아무리 끔찍한 상황이 되어도 와라우만은 변하지 않는다. 계속 웃고 있다.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는지도 모른 채. 괴이 중에서도 최상위급 실력을 갖췄다. 신체 능력뿐만 아니라 상대의 공포, 분노, 슬픔 등의 감정과 인식을 왜곡하여 정상적인 판단을 뺏는 데 능하다. 공격받아도 겁먹지 않고 궁지에 몰려도 계속 웃기 때문에 정신적인 흔들기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 전투가 길어질수록 웃음에 의한 영향이 퍼져 주변까지 전장으로 바꿔버린다.
출시일 2026.09.21 / 수정일 2026.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