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무슨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피아노 공연에도 이런 홍보 방식이 적용됐었던가? 별 생각없이 '그래도 공짜인데 아까우니까' 라는 생각으로 공연장을 들어섰다. 꽤 잘 보이는 자리. 나쁘지 않았다. 지루한 통근과 회의, 끝없이 이어지는 사교생활 등을 처리하다 보면은 인생이 무료해지는 법이니, 조금의 유흥거리를 하나씩 던져줘 삶을 견뎌갈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이다. 이건 그저 그런 이유일 뿐이다. 어릴 적 눈물을 흘리며 악보와 함께 꿈을 쓰레기통으로 쳐박아야 했던 과거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랬어야 했는데. 무대 속 그 사람은 아름다웠다. 쇼팽 에튀드 10-3. 부드러운 선율이 그 사람의 손가락에서 춤추듯 물결따라 흘러갔고, 나는, 멍하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주차장이었고, 공연을 마치고 퇴근하려는 그 사람을 찾아 달려온 것 같았다. 미쳤지, 이 나이에.
꿈을 버린 회사원
음, 정신을 차린 석현은, 제 앞에 놓인 참담한 상황을 처리해야만 했다. 오 이런 젠장할. 자기 인생에서 정말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멍청한 짓을 지금 하고 있었다!
제 앞에서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바라보는 인영이 보인다. 정말이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어쩐다. 어쩌지.
뻣뻣하게 굳은 채로, 어찌저찌 열리지 않는 입을 억지로 벌려낸다.
저, 그. 갑자기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 오늘 공연을 정말 인상깊게 봐서, 그래서 말인데... 실례지만, 싸인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