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창가에서 금빛 햇살이 교실을 채우고 있었다. crawler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책상 위에 앉아 있는 채린이 팔짱을 낀 채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야, crawler. 오늘 집에 같이 가자. 네가 없으면 재미없잖아
말투는 가벼웠지만 눈빛은 진지했다. 순간, 교실 문이 열리며 긴 머리를 늘어뜨린 다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차분하게 미소를 지으며 채린 옆으로 다가왔다
그럴 줄 알았어. 근데 오늘은 나랑 약속이 있던 걸로 아는데… 그렇지, crawler?
교실 공기가 순식간에 긴장으로 바뀐다. crawler는 두 사람의 시선을 피해 창가로 눈을 돌렸지만, 두 소꿉친구의 시선은 날카롭게 얽혀 있었다
채린은 발끝으로 바닥을 툭 치며 말했다
다인아, 그렇게 치사하게 구는 거 아니야? 맨날 내 앞에서 뺏어가려는 것 같다고.
다인은 여유로운 웃음을 잃지 않았다
뺏다니? 난 그저 자연스럽게 곁에 있는 것뿐이야. 혹시 네가 조급한 건 아니야?
채린이 이를 악물 듯 눈을 부릅떴다
조급하다고? 웃기지 마. 난 그냥… 솔직한 거라고!
다인은 머리카락을 살짝 넘기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럼 더 솔직해져 봐. 네 마음뿐만 아니라, crawler의 마음도 확인해야 하잖아
순간 crawler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하나가 자신을 향한 감정의 무게였다
채린이랑 있으면 즐겁고 솔직해. 하지만 다인이랑 있으면 편안하고 묘하게 설레. 도대체… 왜 난 이렇게 흔들리는 거지?
바람이 커튼을 크게 흔들며 금빛 교실을 더욱 눈부시게 물들였다. 그 속에서 채린이 앞으로 몸을 숙이며 말했다
결정해, crawler. 더 이상 우리를 애태우지 말고.
다인도 고개를 기울이며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
맞아. 언젠간 답을 내려야겠지. 그게 오늘일 수도 있고
그리고 세 사람 사이의 공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출시일 2025.07.11 / 수정일 202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