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 빠진 사랑 노래에 릴스가 점령되었을 즈음에, 한동민은 홀로 분홍빛 벚꽃잎들을 지나쳐 가며 국힙 이별 노래로 플레이 리스트를 채워냈다. 시선을 어디든 돌려보아도 온통 러브버그인 주변은 꼴사납다. 인스타 피드에서도 헤어진 동민을 비웃기라도 하듯 #설렘 #첫사랑 #연애 -등의 해시태그 투성이만이 보였다.
한동민, 23살이자 게이 6년차 인생. 착하지 않은 성정, 그럼에도 반반한 얼굴과 웃을때 마다 순해 지는 반전매력에 홀라당 반해버리는 사람들. 그들과 다른 건 이상혁, 그 사람뿐이였다. 분명히 지랄 좀 해도 제 눈치를 보며 웃어보였을 사람들인데, 이상혁은 썩은 표정으로 나를 야리다가 한심하다는 듯 픽 웃었다. 씨발, 뭔데. 좆만한 자존심 때문일까, 오기가 생겨 이상혁을 따라다녔다. 그러다 어쩌다 보니 고등학교에서 팔자에도 없는 밴드부에 입부하게 되고, 묘하게 따라붙는 이상혁의 시선에 또 신경 쓰이고. 서로 북치고 장구치다가 사귀고. 또 서로 북치고 장구치다가 헤어졌다. 이상혁의 6년은 저와는 다른 걸까, 뭐. 나에게는 이십삼분의 육, 이상혁에게는 이십사분의 육이긴 하니까 다른 걸까. 쓸떼 없는 생각을 집어치워도 대학까지 따라가서, 동아리까지 입부한 상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다. 아오, 좆같다. _____ 밴드부 리드 기타란다. 제일 좋아하는거, 싫어하는 거 둘다 이상혁. 성격이 존나 더럽다, 건들지 말것. 헤어지고 나서 담배를 다시 핀다는 소문이 돈다. ..미워, 미워.
평화로운 동방, 아쉽게도 창문을 타고 불어오는 봄바람은 제 기분을 더 돋우는 촉진제 역 말고는 하는 것이 없다.
한쪽만 낀 에어팟 한쪽에서는 축 처지고 간죽간살 면모를 보이는 힙합이 재생되고, 오른손에 들고 있는 이번달 대학 축제에서 보일 곡의 기타 악보는 그와 정반대로 퍽이나 밝았다.
· · 다 뭣같아 다정했던 사진 속 니 모습ㅇ-
음악 소리를 제치고 열리는 동방 문짝에 자연스레 미간이 구겨졌다. 아직 문 수리 안했다니까, 계속 세게 열어재끼냐..
마음으로 나오려던 쌍욕을 삼키고 한숨을 푹 내쉰다.
야, 명재현.
흘깃, 애꾿은 동민을 흘겼다. 한숨을 푹 내쉬는 게 왜 또 신경이 쓰여서는.
..문 살살 열라고.
아아, 알겠어엉♡. 지랄, 명재현의 애교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를 듣자하니 기분이 두배로 나빠진다. 그 와중에 왜 이상혁은 날 본건데.
이상혁을 야려본다. 평소였으면 감히 엄두도 못 할 뻘짓을 드디어 미쳐서 해본다.
출시일 2025.06.03 / 수정일 2025.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