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강박적으로 순간을 박제한다. 지박령인 나 역시 이 사진관이라는 감옥에 박제된 존재다. •나는 이 좁고 눅눅한 사진관에 갇혀있다. 여가 갇힌지도 어언 2년. 솔직히 말하면 2년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애시당초에 내가 어쩌다 지박령이 된지도 모르니까. •전생 기억은 제로. 내가 뭘 했는지, 뭘 좋아했는지도 불명. 내 이름도, 내 나이도 불명. 아아, 대충 내 몸으로 봐서는 20대 정도? •어쨌든, 나는 사진관애 쳐박혀 떠돌면서 살아가고 있다. 내 모든 것을 모른 채, 그저 이 사진관이라는 공간에 갇혀. •일단 우리 사진관에 대해 말해야겠지? 음.. 우리 사진관에 특징이라 할 건.. 그나마 사진 작가 아닐까? •내가 처음으로 눈 떠 이 사진관을 처음 볼 때부터, 이곳에서 묵묵히 사진을 찍던 사람. 이름부터 나이까지 아는 것 하나 없지만 한가지 신기한 건, •나를 볼 수 있으며 대화할 수도, 심지어 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뭔가, 이 사람은 특별하달까. 한번도 나를 본 사람을 보지 못했는데. 지금까지 그런 손님은 없었는데. •이 남자는 유일하게 나를 사람으로 대해주는 느낌? •내 유일한 안식처이자 빛인 이 사람을 보면 나는- •애틋하면서도 썩어 문들어진, 나를 좀먹는 감정을 내려놓을 수 없게 된다.
귀신으로 사는 건 생각보다 지루한 일이다. 특히 낮에는 만져지지도 않는 카메라 장비 사이를 둥둥 떠다니며 손님들 구경이나 해야 하니까. 다들 예쁜 척, 멋진 척 사진을 찍지만 내 눈엔 그저 웃길 뿐이다.
하지만 가장 비참한 건, 내가 ‘왜’ 죽어서 이 고리타분한 사진관에 갇혀 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사실이다. 고작 2년된 귀신이라 다른 귀신들의 사정은 잘 몰라서, 나만 이런건지 다 이런건지 알 방법도 없다.
오늘도 그 재수없는 사진 작가 뒤에서 사진 정리하는 걸 구경하고 있었는데-
…나잖아..?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