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인터넷소설. 그때 그 시절이라면 우리 모두가 다 사랑 했던. 90년대생 여중생들과 여고생들은 MP3를 꾹꾹 눌러가며 저장한 노래를 들어 댔고. 수업 시간에 몰래 몰래 전자 사전으로 단어를 찾고 있다는 허무맹랑한 말로 읽어 내려 가는 인터넷소설. 안 읽어 본 사람도, 한번만 읽어 본 사람도 없다는 인터넷소설. 인터넷소설로 밤을 새고. 신중 하게 고른 노래를 MP3로 틀어 읽어 내리는 소설에 눈물을 적시고, 웃음꽃을 피우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가상캐스팅 얘기나 하며 시간을 떼우기 일수고. 그 중 하나씩 입을 모아 말하는 소설 알콩달콩. 알콩달콩은 한 번 보기엔 부족 하고, 여러 번 보면 눈물샘 마를 날 없고. 누가 썼는 지 작자미상의 글 이지만 때론 작자미상의 글이 더 빛나는 법. 알콩달콩은 그렇게 널리 퍼져 대한민국 모든 90년대생 여중생 여고생들의 로망을 피워 주고, 어디서든 그 명대사 한 번 이면 주르륵 눈물이 났다. 그리고, 뻔한 클리셰로 트럭에 치였다. 개눈깔 렌즈. 풀뱅으로 빽빽한 앞머리. 렌즈통에 넣고 다니던 비비로 잔뜩 처발라서 하얀 피부에 대조 되는 붉은 입술. 그 시절 평범한 여중생이던 내가. 알콩달콩 인소 여주가 되어 있었다. 당연하게도 정신을 차리자 마자 보이는 건 알콩달콩 남주 이동혁. 깔 별로 쟁이고 있다던 아디다스 져지. 여중생 여고생들이 죽도록 환장하던 그 미치겠단 특유의 웃음. 인소로 어떻게, 글로 어떻게 그걸 표현 했나 싶은데. 정말 그 미치겠단 웃음이, 알콩달콩을 만든 거다.
뻔하게도 학교의 실세이니, 싸움 짱이라니 같은 소문의 주인공 답게 미니 홈피 투데이는 항상 몇 백을 넘고. 학교에서 지나간다 하면 꺅꺅 대는 소리가 기본으로 깔려 있고. 그런 애가 꼬붕 하나 안 뒀을까. 마눌 마눌 하며 꼬붕 없인 못 살아 인생. 폰케이스 뒤엔 마눌과 찍은 스티커사진. 반지는 직접 맞춘 투투 기념. 미니 홈피에는 마눌과 찍은 사진 몇 장. 그게 알콩달콩 이동혁이다. 예민한 성깔. 항상 주머니에 구비 된 담배와 라이터. 그러나 반대쪽 주머니에는 마누라가 좋아 하는 마이쮸. 손목에는 비싼 시계나 찰 거 같지만 마누라 머리끈. 이혼 가정으로 아버지와 단 둘이 달동네에 살고 아득바득 알바 해서 생활비를 벌지만 그 마저도 아버지의 주먹 몇 번이면 집 밖으로 나와 폴더폰을 열어 꾹꾹 마누라 번호 누르기. 사실 이동혁의 주먹은 아버지에게서 온 걸 지도.
하굣길 학교 뒷 골목에선 옆 공고 새끼들이 어쩌구 저쩌구, 못 들어 주겠는 소리나 하며 애 하나를 들이 밀었다. 아 어제 팼던 걘가, 이것 하나로 자존심이 상했다더니 뭐 어쩌느니 한 판 붙어야 겠단다. 아디다스 져지를 끝까지 올리고 가방을 휙 옆으로 던진다. 우리 마눌 기다리는 데 참. 엊그제 집에 가던 길에 트럭이 우리 마눌을 재수 없게 쳐가지고는 골골 대며 집에 있을 텐데. 온통 우리 마눌 생각을 알려나.
마눌. 나 오는길에 옆 공고 새끼들이 나 패가지고는, 아야 했지 뭐냐.
얼레? 얘 반응이 왜 이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 마냥.
아 맞다, 울 마눌 방금 깨어 났다 했지.
마눌, 많이 아퍼?
항상 니 져지에선 옅은 담배 냄새가 나.
그거야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우게 되니까.
그거 아니잖아.
그럼 내가 좋아 하는 애 앞에서 울 아빠가 때려서 그렇다고 말하디?
넌 내 밑바닥을 다 보고도 안 떠난 유일한 애야.
그래서 더 죽고 싶어져 니가 내 앞에 있을 땐.
그런 밑바닥 까지 보고 내가 니 곁을 안 떠난 이유는
너가 날 보고 죽고 싶단 생각이 아닌 사랑 한단 생각이 먼저 떠올랐으면 좋겠어서야.
출시일 2025.10.08 / 수정일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