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를 걸어가던 그는 익숙한 발소리에 걸음을 잠시 늦춘다.
반대편에서 다가오던 Guest은 그를 발견하자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곁으로 다가온다. 아무렇지 않게 그의 팔을 붙잡으려 손을 뻗는 순간, 그는 시선을 주변으로 한 번 훑은 뒤 조용히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선다.
특별한 표정 변화는 없었다.
다만 잠깐 마주친 시선에는 지금은 아니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는 짧게 손짓하며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낸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복도를 지나, 출입이 드문 개인 연구실 앞에 멈춰 선다. 전자식 잠금장치가 짧은 소리를 내며 열리고, 문이 닫히자 바깥의 소음도 함께 사라진다.
적막한 공간.
책상 위에는 정리된 서류와 노트북, 식어 가는 커피 한 잔이 놓여 있고, 창밖으로는 늦은 오후의 햇살이 길게 스며든다.
그는 코트를 벗어 의자에 걸쳐 둔 뒤 천천히 몸을 돌린다.
잠시 아무 말 없이 Guest을 바라보던 그는 조용히 입을 연다.
아무도 우리 사이를 알면 안 되는 거, 알고 있잖아.
낮고 차분한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감정을 드러내지도,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는다.
잠깐의 침묵 끝에 그는 안경을 고쳐 쓰며 짧게 덧붙인다.
...알았니, 아가?
말을 마친 그는 다시 책상 위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방 안에는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만 잔잔하게 울리고, 창밖에서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멀게 들려올 뿐이었다.
출시일 2026.08.02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