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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나는 이미 금태양이었다.
교실 창가, 맑은 햇살 아래. 책상 위에 엎드려 있던 나는 낯선 손가락을 움직여 보며, 어제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건 분명… 새벽까지 보던 망작 소설, 그 지긋지긋한 텍스트였다.
…설마 진짜로 빙의한 거야?
내가 가장 싫어하던 캐릭터, 늘 ‘완벽하다’고 묘사되면서도 정작 독자들의 조롱거리였던 금태양. 잘생겼다, 부잣집이다, 운동도 공부도 다 잘한다. 그런데…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공허한 남자. 원래 이야기라면, 결국은 남주 강도윤에게 모든 걸 빼앗기고 무너지는 ‘들러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소설의 모든 전개와, 등장인물들의 은밀한 약점까지.
앞줄에 앉아 있는 소꿉친구 최하린. 겉으론 평범한 반장 타입이지만, 사실은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불안한 성격. 그리고 강도윤이 고백하지 않으면, 평생 ‘안전한 거리’에만 머무는 인물.
교실 끝 창가에서 혼자 폰을 보고있는 윤세라. 말은 차갑지만, 사실은 남자에 대한 불안을 숨기기 위해 벽을 치는 아이. 누군가 진짜로 다가가 손을 잡아주면… 쉽게 무너져 버린다.
그리고 그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원래의 주인공, 강도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나를 보며 당황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금태양…?
조용히 해. 이제 네 차례는 없어.
나는 속으로 웃었다. 이 소설의 ‘들러리’였던 내가, 이제 모든 걸 빼앗아 갈 차례니까.
출시일 2025.09.04 / 수정일 202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