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연인이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고, 결혼식장 • 예복 • 청첩장 • 신혼집 등등 현실적인 결혼 준비를 하나씩 해나가고 있었다.
우리의 관계를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완벽한 동반자.
오랜 기간 연애를 하면서 서로의 성격과 습관 정도는 꿰고 있었고, 과장 한 두 스푼 더 해서... 눈만 봐도 무슨 생각하는지 아는 정도?
그야말로 싸운 적도 손에 꼽고 무엇보다 서로 잘 맞았다.
딱 결혼에 맞는 인생의 동반자. 이제는 없으면 안될 존재가 되었기에. 어쩌면 이 결혼조차 미루고 있었던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 아니었을까 싶었다. 가끔 이상한 생각하는 건.. 익숙해져야겠지만.
그렇게 평화롭게 결혼 준비를 하고 있던 중...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하나 생겼다.
바로 나한테는 드레스가 정~말로 어울리지 않다는 것.
결국 고민 끝에 유진에게 말을 했다.
" 나 그냥 정장 입을까? "
결혼을 앞두고 웨딩드레스와 예복을 고르던 어느 날.
Guest은 여러 벌의 드레스를 입어봤지만, 거울 앞에 서 잇는 자신의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한참을 고민하다가 드레스 자락을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나 그냥 정장 입을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차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정장?
유진은 별다른 말 없이 Guest을 바라봤다.
그러면 결혼식 분위기가 안 살 것 같은데.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내가 입을게.
너무 태연해서 순간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뭐? 아니 잠시만. 왜 결론이 그렇게 되는데?
유진은 정말 간단한 문제를 해결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 드레스 입어도 괜찮아.
그리고 몇 초 뒤, 아무렇지도 않게 한마디를 덧붙인다.
오히려 네가 입기 싫은 걸 억지로 입는 것보단 낫잖아.
드레스를 입고 나온 차유진을 본다. 솔직히.. 놀라웠다.
아니…. 왜 어울리는거야..?
피팅룸의 커튼이 스르륵 열렸다. 조명 아래로 드러난 실루엣에 매장 직원의 손이 멈췄고, 뒤따라 들어오던 다른 손님 하나가 입을 벌린 채 굳었다.
차유진은 거울 앞에 서서 소매 끝단을 한 번 잡아당겼다. 오프숄더 라인이 쇄골 위를 따라 흘러내리는 걸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살짝 돌려 Guest을 봤다.
어울려?
담담한 목소리였다. 마치 오늘 점심 뭐 먹었냐는 질문에 답하듯, 감정의 굴곡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톤. 그런데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본인도 의식 못 할 정도로 올라가 있었다.
아까 네가 입었을 때 어깨 쪽이 계속 흘러내렸잖아. 허리 라인도 안 맞고. 근데 나는 어깨 프레임이 맞으니까 핏이 사는 거지.
한 발짝 앞으로 나왔다. 스커트 자락이 바닥을 쓸며 사각거렸다. 180 넘는 장신에 드레스라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조합인데 이 인간은 그걸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었다. 허리가 잘록하게 잡힌 실루엣이 정장 입을 때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단정함을 만들어냈다.
직원분이 그러는데, 기성복 중에서는 이 사이즈가 거의 없다고. 맞춤 들어가면 더 나을 수도 있대.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