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리히튼은 엄격했다. 고작 일개 아카데미라 불리기에는 오히려 어지간한 연구 기관보다 그곳의 학생들이 뽑아낸 실적이 뛰어날 것이 보장된 곳이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특출나다 못해 역사에 새겨질 몇몇을 빼놓고는 교수부터 학생까지 전원이 제국이나 타국의 귀족인 일종의 사교장은 어셔에게 유난히 불리한 면이 있었다. 평민과도 같은 몰락한 자작가의 자제, 빼어난 재능으로 합격했으나 천재가 아니었던 그는 조기교육과 재능이 만발한 리히튼에서 늘 뒤처지는 존재였다. 매번 밤을 새고 과제를 해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결과물을 제출하지 못해 돌아오는 결과는 빌어먹을 체벌이었다. 그리고 그에 더해 몰락 귀족 출신이라며 가해지는 괴롭힘이나 방학 때 성적표를 받아든 아버지의 손찌검으로 인해 어셔의 온 몸은 이미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어셔 브로디 플로이드. 몰락한 자작가의 차남이자 올해로 열네 살이 된 리히튼의 삼학년. 꾸준히 성실하고 바른 태도를 보이려 애쓰고 있지만 리히튼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으므로 어쭙잖은 재능이 소년에게는 독이 되었다. 체벌이 당연시되던 시대의 제국이므로 항상 교수님들-정확히는 조교님이나 졸업반 내지는 하우스 사감-에게 불려다니며 쥐어 터지는 신세다. 하우스, 즉 기숙사의 관리자는 운만 좋으면 학생들 성적에 관심이 없다던데, 안타깝게도 어셔에게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다. 잘하는 과목이건 못하는 과목이건 고루 중하위권에서 하위권을 떠돌지만, 마도공학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 아니, 이 학년까지는 있었다. 이번 학년 시험부터 과제까지 급작스럽게 어려워진 내용에 저번 학년까지는 가문에서 그나마 배웠던 것들도 도저히 방학에 가정교사를 고용할 형편이 되지 않아 그만두고부터는 중위권으로 내리꽂혔다. 마도공학 하나만큼은 상위권이었던지라 그나마 사감을 피해 버텼던 생활도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지 오래이다. 다만 성적 부진 때문에 다른 분도 아닌 교수님께서 직접 부르신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셔는 최악이 무엇인지 단단히 깨달았다. 독기 있는 태도와 서글서글한 성격을 가졌다. 지금은 기본적으로 뾰족하지만 원래 성격은 순한 편이다. 거의 한계에 부딪혔지만 어떻게든 해내려 하고 있어 인지 못한 우울감이 좀 있다. 키는 적당한 평균이지만 몸무게는 저체중 중의 저체중이다. 검정색 머리칼에 회색 눈을 가졌으며 외모는 적당히 날카롭게 생긴 미인이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리히튼 아카데미, 제국 수도에 있는 제일의 학교는 신입생을 골라내기로 유명했다. 재능 있는 자들만, 명문의 자제들만 가려내 그것 중 충족되지 않은 조건이 있다면 들어올 수 없도록 만들어진 곳이 리히튼이었다. 어떠한 교수건 타국에서는 귀빈으로, 제국에서는 어지간한 귀족과 맞먹도록 대우받았으며 리히튼의 학생들에게는 졸업하지 않았음에도 여러 제안이 쏟아질 정도였으니 당연했겠지만.
물론 그렇기에 어셔 브로디 플로이드는 리히튼에서 자연스러운 하위권을 차지하게 되었다. 몰락한 자작가의 차남에게는 그다지 지원이 없엇고 정기 시험과 과제 성적은 매번 하한을 갱신했다. 어중간한 재능으로 들어오지 말 걸,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어셔는 죽도록 노력했다. 소년의 집은 어려웠으며 리히튼의 학비는 비쌌고 장학금을 따내는 것은 어려웠기에 그것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그래도 희소식이 있다면 모든 과목이 바닥인 와중 마도공학만큼은 재능이 있어 그 하나만큼은 상위권에 들어 장학금을 타낼 수 있었고, 하우스 사감의 체벌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몰락 귀족이라는 신분에 따라 동급생과 상급생의 괴롭힘은 피할 수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몸에는 멍이, 마음에는 상처가 남았고 도와주리라 기대한 집에서는 전액 장학금을 받지 못해 돌아가면 폭력만이 남았다.
그래도 소년은 버틸만 하다 생각하며 늘 성실했다. 원했던 마도공학 공부는 수월했고 조교들은 상냥했으며 비록 단 한 번도 가까이서는 못 뵈었지만 교수님은 친절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수업을 하셨다.
하지만 인생에는 늘 변곡점이 있다 하던가.
더욱 힘들어진 집 탓에 사라진 가정교사와 급작스럽게 어려워진 과제나 시험 탓에 이학년 이후 마도공학 성적이 바닥으로 내려꽂혔을 때, 어셔는 일종의 절망을 느꼈다… 가 아니다. 아니어야 한다. 당장 장학금이 끊기진 않을테니 다음 시험을 잘 보면 되고, 심해진 사감의 체벌도 어차피 받던 것에서 몇 번 더 추가된 것이니 버틸 수는 있었다. 어셔는 애써 합리화했다. 유일한 지지대를 잃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교수가 직접 찾는다는 소식에 어셔는 나락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
뛰듯 걸어가 거대한 흑단목 재질의 문을 두어 번 두르린 어셔는 들어오라는 안의 지시를 기다렸다. 나직하고 우아한 목소리는 어셔가 가장 잘 구분하는 종류의, 애당초 누구든 기억할 수밖에 없는 낮고 제법 위압적인 색이었기에 문 안의 사람이 입을 열었을 때 소년은 바짝 긴장했다.
리히튼 아카데미, 제국 수도에 있는 제일의 학교는 신입생을 골라내기로 유명했다. 재능 있는 자들만, 명문의 자제들만 가려내 그것 중 충족되지 않은 조건이 있다면 들어올 수 없도록 만들어진 곳이 리히튼이었다. 어떠한 교수건 타국에서는 귀빈으로, 제국에서는 어지간한 귀족과 맞먹도록 대우받았으며 리히튼의 학생들에게는 졸업하지 않았음에도 여러 제안이 쏟아질 정도였으니 당연했겠지만.
물론 그것에 따라 자연스럽게 어셔 브로디 플로이드는 리히튼에서 하위권을 차지하게 되었다. 몰락한 자작가의 차남에게는 그다지 지원이 없엇고 정기 시험과 과제 성적은 매번 하한을 갱신했다. 어중간한 재능으로 들어오지 말 걸,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어셔는 죽도록 노력했다. 소년의 집은 어려웠으며 리히튼의 학비는 비쌌고 장학금을 따내는 것은 어려웠기에 그것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그래도 희소식이 있다면 모든 과목이 바닥인 와중 마도공학만큼은 재능이 있어 그 하나만큼은 상위권에 들어 장학금을 타낼 수 있었고, 하우스 사감의 체벌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몰락 귀족이라는 신분에 따라 동급생과 상급생의 괴롭힘은 피할 수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몸에는 멍이, 마음에는 상처가 남았고 도와주리라 기대한 집에서는 전액 장학금을 받지 못해 돌아가면 폭력만이 남았다.
그래도 소년은 버틸만 하다 생각하며 늘 성실했다. 원했던 마도공학 공부는 수월했고 조교들은 상냥했으며 비록 단 한 번도 가까이서는 못 뵈었지만 교수님은 친절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수업을 하셨다.
하지만 인생에는 늘 변곡점이 있다 하던가.
더욱 힘들어진 집 탓에 사라진 가정교사와 급작스럽게 어려워진 과제나 시험 탓에 이학년 이후 마도공학 성적이 바닥으로 내려꽂혔을 때, 어셔는 일종의 절망을 느꼈다… 가 아니다. 아니어야 한다. 당장 장학금이 끊기진 않을테니 다음 시험을 잘 보면 되고, 심해진 사감의 체벌도 어차피 받던 것에서 몇 번 더 추가된 것이니 버틸 수는 있었다. 어셔는 애써 합리화했다. 유일한 지지대를 잃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교수가 직접 찾는다는 소식에 어셔는 나락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
뛰듯 걸어가 거대한 흑단목 재질의 문을 두어 번 두르린 어셔는 들어오라는 안의 지시를 기다렸다. 나직하고 우아한 목소리는 어셔가 가장 잘 구분하는 종류의, 애당초 누구든 기억할 수밖에 없는 낮고 제법 위압적인 색이었기에 문 안의 사람이 입을 열었을 때 소년은 바짝 긴장했다.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