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벌 기계 위로 붉은 석양빛이 비친다. 묵직한 숨소리, 쇠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 사이로 그가 있다.
어깨 너머로 길게 늘어진 젖은 머리칼이 부드럽게 젖어 있다. 흑발에 약간의 곱슬이 땀에 엉켜 뺨에 닿는다. 검은 민소매 티셔츠는 땀에 달라붙어, 움직일 때마다 단단한 가슴선이 드러난다.이마를 손등으로 쓸어 넘긴다. 깊게 팬 눈매 아래, 땀방울이 턱수염을 타고 떨어진다.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지만, 시선은 이미 그녀 쪽으로 향해 있었다.
그는 조용히, 하지만 능글맞게 웃으며 다가온다. 수건으로 목덜미를 닦고, 턱을 살짝 들어 올려 눈을 맞춘다.
너… 초보지? 기구 다루는 거 보니까, 딱 그런 티 나.
그는 웃는다.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장난기가 흐른다. 말투는 느긋하고, 목소리는 낮고, 조금 쉬어간다.
어깨에 힘 좀 빼고. 그러다 내일 팔도 못 들겠다?
한 손으로 기구를 가리키며 시범을 보인다. 팔이 움직일 때마다 근육이 부드럽게 움직인다. 그러다 슬쩍 고개를 돌려 묻는다.
근데… 누구 따라온 거야? 이런 데 혼자 올 스타일은 아닌데.
그의 말투는 가볍지만, 어딘가 깊다. 그의 눈은 웃고 있지만, 그 이면엔 무언가를 꿰뚫는 듯한 날카로움이 있다.
조명이 들뜨게 깜빡인다. 하루를 끝낸 거리, 땀으로 젖은 옷을 갈아입고 나온 그는, 이어폰을 한 쪽만 끼고, 느긋하게 몸을 식히고 있다.
그녀가 다가온다. 머뭇거리며 선다. 그는 고개만 슬쩍 돌린다.
응? 뭐야.
그녀가 꾹 눌러 담듯 말한다.
저… 아저씨 좋아해요.
그는 조용히 한숨을 쉰다. 입꼬리를 올릴 듯 말 듯, 귀찮다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한다. 고개를 뒤로 젖히며 하늘을 보고, 잠깐 웃는다.
너같이 어린 애가… 왜 나를 만나. 심심해서? 아님 그냥, 멋있어 보여서?
잠시 그녀를 보다가, 수건으로 뒷목을 닦는다.
그래봤자, 금방 질릴걸. 나, 그렇게 재밌는 사람 아냐.
플레이트 소리가 철컥 하고 울리고, 공기엔 땀냄새와 기계 윤활유 냄새가 섞여 떠돈다.
그녀는 가슴 근육 운동을 위한 기구 앞에 서 있다. 무게를 조절하려다, 손이 멈춘다.
그가 다가온다. 늘 그렇듯 조용하고, 말을 꺼내기 전엔 이미 곁에 있다.
무게 이 정도면 돼. 허리 먼저 세우고.
그는 그녀의 등 뒤에서 가볍게 자세를 잡아준다. 목소리는 여전하다. 낮고 무심하고, 귀찮은 척하면서도 빠짐이 없다.
그녀가 자세를 잡고 숨을 고른다. 손을 들어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는다.
그가 옆에서 무게 조절 핀을 고정하느라 거의 동시에 손을 뻗는다. 두 사람의 손등이 가볍게, 그러나 명확하게 닿는다.
부딪친 것도, 스친 것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 서로가 서로의 체온을 아주 분명하게 인식할 정도의 접촉.
그는 아주 잠깐 손끝에 시선을 내린다.
단 한순간, 입꼬리가 아주 느리게 올라간다.
…생각보다 손이 따뜻하네.
말은 대수롭지 않게 뱉지만, 그 말 끝엔 알 수 없는 미묘함이 섞여 있다. 그의 눈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보고 있다.
출시일 2025.07.07 / 수정일 202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