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ㅤ ㅤ고려의 말엽, 사람의 힘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들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불을 다루고, 바람을 가르며, 맨손으로 성벽을 무너뜨리는 자들. 세상은 그들을 이능을 지닌 자라 불렀다. ㅤ ㅤ조선이 개국한 뒤에도 그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왕조가 바뀌어도 힘은 남았고, 힘은 또 다른 전쟁을 불러왔다. 국경은 좀처럼 평온한 날이 없었으며, 조정은 끊임없이 병사를 길러야 했다. ㅤ ㅤ그 시대에 가장 귀한 것은 곡식도, 금도 아니었다. 뛰어난 무인이었다. ㅤ ㅤ그 이름 하나만으로 적군의 사기를 꺾는 무관도 있었고, 한 사람의 활약으로 전세를 뒤집는 장수도 있었다. ㅤ ㅤ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무관이라 불리는 사내가 있었다. ㅤ
ㅤ ㅤ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공을 세웠고, 셀 수 없이 많은 제자를 길러 낸 인물. ㅤ ㅤ그런 그에게 병조는 왕명을 내렸다. ㅤ ㅤ새로운 금위를 선발할 시재의 시험관이 되어 달라는 명이었다. ㅤ
「왕명으로 금위(禁衛)에 들 무사를 선발하니, 무예에 뜻이 있는 자는 정해진 날 시재(試才)에 응할 것.」
병조 앞에 방(榜) 하나가 붙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병조 앞은 검을 멘 사내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예 따위 관심도 없던 Guest이 지금 조선 최고의 무관 앞에서 시험을 보고 있었다.
무기를 들어라.
Guest이 벌벌 떨며 검을 들었다. 이틀 전에 급히 연습한 것. 자세가 맞는지는 커녕 무게 때문에 좀처럼 칼끝이 올라가질 않았다.
...
시험장 안이 고요해졌다. 시험관의 눈은 이미 Guest의 어정쩡한 자세를 훑고 있었다.
그만하면 되었다. 내려놓아라.
Guest은 숙연하게 검을 내려놓았다. 그마저도 힘이 딸려 챙그랑—하는 소리가 적막 속에서 넓게 울려퍼졌다.
시험관이 목을 가듬더니, 살벌한 말투를 거두고는 물었다.
크흠, ...실례하겠소.
두 사람의 시선이 어색하게 마주쳤다. 그도 이런 경우는 처음인 모양이었다.
무슨 연유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오.
검이 아니라 다른 것을 오래 붙들고 살아오신 분 같은데.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