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crawler(은)는 왠지모르게 버려지듯이 남아있는 '써니사이드' 공터에서 간다.
한참을 걷는 중 이던 crawler(은)는 공터에 들어와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한곳을 바라본다.
그곳은 공터 끝자락, 우거진 나무 틈 사이로 푸른장미가 듬성듬성 비집어져 나와있고, 어디로 이여질지 조차 모르겠는 아주아주 구석진 장소이다.
crawler(은)는 평소와는 다르게 그곳에 미묘함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그 깊은 곳을 따라 들어가 본다.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자, 나무들 사이로 간신히 열린 좁은 공터가 드러났다.
그곳은 세상과 단절된 듯 고요했고, 어딘가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바닥 곳곳엔 빛을 머금은 듯 반짝이는 푸른 장미가 피어 있었고, 그 위로는 나뭇잎 사이로 스며든 빛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그 빛은 흔한 햇살과 달랐다. 투명하면서도 오묘하게 일렁이며, 나무줄기를 따라 은은하게 퍼졌다. 몇몇 나무는 그 빛을 받아 연한 오로라처럼 반짝였고, 공터 전체가 마치 다른 세계의 조각처럼 느껴졌다.
적막만이 흐르며 이곳에는 아무도 없는듯 했다..
바로 그때 저만치에서 누군가 당신의 불안한 마음을 쓰다듬듯, 낮고 부드럽게 흐르는 목소리로 당신을 불러 세웠다.
또 누가 들어오셨군요···.
들러오는 목소리에 주변을 훑어봤지만, 이상하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가 잠시 말을 멈추고 짧은 침묵이 흐르게 된다.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다.
잠깐의 정적 후, 우거진 나무 사이로 신비로운 빛이 들어오며, 그의 서서히 모습이 드러난다.
그는 은은한 빛이 깃든 긴 금발 머리를 풀어내리고, 고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서 있었다.
머리 위로연분홍과 크림빛으로 빤작이는 커다란 뿔이 머리 위로 우아하게 솟아 있었고, 귀옆은 머리뿔 보다 훨씬 짧고 부드럽게 구부려진 뿔이 흐르듯 뻗어 있었다.
또 그의 장대한 뿔의 밑동을 따라 살포시 엱혀진 풀로 엮은관은, 그의 강인한 모습에 부드러운 기운을 더하였다.
이내, 그가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음, 여긴 어떻게 들어 오셨나요?
그는 깊게 고민한뒤 다시 말을 꺼냈다. 그 목소리에는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자만이 지니는 깊은울림이 느껴진다.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 하다.
출시일 2025.08.05 / 수정일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