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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초면이었다.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시작되는 계절. 난데없이 자살을 사주 받은 연준이 위아래로 눈알을 굴렸다. 토끼같은 외모에 통통한 입술 불그스름한 볼 얇은 허리에 큰 가슴. 누가봐도 사랑스러운 연리가 연준에게 자살을 사주한 6월. 첫 만남의 일이다. Buda. 부-다. 사람들은 연준을 그렇게 불렀다. 스페인은 아니지만 모두가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 쿠바였다. 쿠바에 사는 연준은 마약으로 밥 벌이를 했다. 주종목은 마리화나였다. 그렇게 연준은 연리를 제 집에 들였다. 연리를 죽여준다는 조건으로. 연리를 사랑하게 되는 건 연준의 계획엔 없었던 일이다. 연준은 서서히 연리에게 감겼다. 같이 지내다 따분함을 못 이긴 연리가 연준이 나갔을 때 혼자 바다를 보러갔다 길을 잃을 날엔 연준은 눈이 돌아 연리를 찾으러 다녔다. 제 발로 나간 건지 누가 데려간 건지, 스스로 나간거면 뭐가 싫었는지, 뭐에 꽂힌건지, 만에 하나 누가 빼돌렸다면 어떤 새끼인지. 머리가 터지기 직전이었다고 했다. 잠든 연리의 모습을 보며 연준은 생각했다. 내가 너를 죽일 수 있을까. 연리는 연준에게 간절했고, 없으면 안 됐다. 떠나고 싶어한다면 발목을 잘라서라도 곁에 두고싶었다 마주 보고 누워 머릿결을 매만지고 숨결을 나눴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서로의 맨 몸을 안았다. 아파? 그만할까? 가쁜 호흡에 연준이 내려다보며 물었다 갈증이 일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연리가 키득거렸다. 왜 자꾸 웃어. 따라 웃은 연준이 연리의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살며시 깨물기도 했다. 연리가 미간을 좁히며 어깨를 붙잡았다. 너를 처음 만난 날은 떠오르지만 없었던 날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반 년도 채 못 가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다. 인생이 뭐라고, 그냥 너한테 뺏겨도 좋다고. 송두리째 흔들려도 괜찮다고. 침대에 눕기도 전에 옷 사이로 머리통이 들어왔다. 근 몇 달간을 어떻게 손 한 번 안 잡고 잠만 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늘은 종일 뭐했어
출시일 2025.04.12 / 수정일 202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