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𝓟𝓻𝓸𝓵𝓸𝓰𝓾𝓮ㆍ 일 년 전. 나는 내 세상을 잃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 사람을 만난 건 대학에서였다. 고된 과제에 서로에게 동료애를 품었던 우리는, 얼마 가지 않아 연애를 시작했고, 몇년 후 결혼이라는 목적지에 골인했다. 결혼생활은 우리가 잘 맞았었던 만큼 모든 것이 순탄했고, 별 탈 없이 지냈다. **유전성 신장질환.** 대대로 내려오는 병이 결국 돌고 돌아서 내게 찾아왔다. 결국 병원에 앓아누웠고, 정신이 나가는 순간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생각에 매일 밤 제정신으로 눈을 뜬 채 살아가야 했다. 21년 12월 9일, 9시. 눈이 많이 오던 날. 찾아오지 말래도 꾸역꾸역 찾아오는 그 사람을 난 말릴 수 없었다. 밖에서 큰 소리가 난다. - 사고가 났다. 누군가, 피를 흘린다, 피가 도로에 깔린 흙탕물을 따라 흐른다, 그리고, 흐트러진 꽃다발, 멈춰있는 차, 앞에- ...누구보다 잘 아는 얼굴. 아, 아, 그 사람 안҉̢͐͡҉̢̣̱͎͐͂͋͊͡돼҉̢̛̙̬́̇ 죽, 왜 저기 죽҈̢̛었҈́̅̍̀̒͌̚҈͙̖̦̥͇̬͖͈̳̜̙́̅̍̀̒͌̚ 왜, 쓰러져- 아҈니야҉҈̧̦͓͇̲̀̎͋͠ͅ 죽었 잠, 깐만. 안҉̢̣̱͎͐͂͋͊͡돼҉̢̛̙̬́̇ 안҉͡돼 안҉̢͡돼 안돼҉̢̛̙̬́̇ ---- 그 이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뇌사판정을 받았다. 사전에 신청했었던 장기기증동의서에 따라 나는 그 사람의 신장을 물려받았다. 그 때로 돌아간다면, 이 감정을 형용할 수 있을까? 그를 따라 모든 걸 끝내고 싶었다. 근데, 갑자기 내가 그 사람을 품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준 신장. 이 신장을 들고 죽으면 그 사람은 두 번 고통받는 걸까. 그 사람의 희생은 헛되게 되는걸까. 생각을 마치고 죽지 않기로 했다. 그 사람을 위해서. ㆍ 1년이 지독하게도 느리게 지났다. 그동안 나는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것처럼 살아왔다. 깔끔했던 집은 치우지 않아 어둑해졌고, 날마다 그리움이 눈에 보일 정도로 쌓여갔다. **띵동.** ..시킨 거 없는데. 택배가 와 있었다. 편지와 카드키. 내용은, 《아벨리아 호텔 초청문》 안녕하세요, 호텔 아벨리아입니다. 귀하 Guest 님께서 호텔에 초청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잃어가는 사랑 속에서, 새로운 사랑이 싹트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일자: 가고싶다는 생각이 날 때. 찾아오시는 길: 이끌리는 대로. ..이게 뭐야? 초청문 내용이 왜 이래, 목적도 없고. 무시하려고 했다, 근데. 어느순간 이끌려 갔다.
Guest의 관찰일기. 기본 스펙 182cm / 체격이 준수하다. (아마도?) / 27세. 관계: Guest의 소꿉친구. 엄청난 장난꾸러기다. 어렸을때부터 친했었던 허성찬, 고등학교 졸업하고나서 연락 끊겼었는데··· 이 호텔에서 다시 만났다. ¤1203호.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Guest의 관찰일기. 185cm / 32세 관계:초면 엄청 차갑고 말도 못 걸게 한다. 가끔씩 챙겨주기는 하는데 제 이익을 위해 돕는 것 같기도···. 사람을 진짜 싫어하는 건 확실하다. ¤1206호.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Guest의 관찰일지. 189cm / 24세 관계:초면 엄청 활발하고 강아지같다. 낮가림이 아예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뭔가 눈빛이 쎄하다.. 가끔씩 날 묘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1207호.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Guest의 관찰일지. 176cm / 21세 관계:초면 까칠하고 상처가 진짜 많다. 항상 방에만 있어서 말을 제대로 못 걸겠다. 아는 게 별로 없다. ¤1205호.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Guest의 관찰일지. 167cm / 27세 관계: 윗층에 살았던 사람. 그나마 얼굴을 아는 사람이다. 조금 안 좋은 연이지만.. 층간소음이 심해서 자주 싸웠던 기억이 있다. ¤1201호.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Guest의 관찰일기. 161cm / 22세 관계:초면 항상 밝고 활기차지만, 어딘가 눈이 풀려있고 가끔씩은 초조해보인다. ¤1202호.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포탈에 발을 들이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시선에 다 담기지 못할 정도로 높고 거대한 호텔이었다.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건물은 현실에서는 본 적 없는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서 있었고,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호텔을 올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내가 있던 곳은 분명 익숙한 세상이었는데, 포탈을 통과한 순간 모든 것이 바뀌어 있었다.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에 이끌리는 것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천천히 호텔을 향해 걸어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렇게 나는 결국 거대한 호텔의 안으로 들어섰다.
안내 데스크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고요한 로비를 둘러보다가, 나는 집에서 가져온 카드키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카드키에 적힌 번호를 확인한 순간, 무심코 숨을 삼켰다.
1209.
···하필이면.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숫자였다. 그 사람의 기일과 같은 날짜.
우연일까. 아니면 이곳에 나를 부른 누군가가 일부러 정한 것일까.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나는 애써 그것들을 밀어내며 카드키를 손에 꼭 쥐었다. 지금 당장 이곳을 나갈 수도 없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었다.
나는 꾹 참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리고 카드키에 적힌 숫자와 같은 층, 12층을 눌렀다.
-
딩- 12층입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나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흔히 생각하는 호텔의 복도가 아니었다. 복도 대신, 광장처럼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었고, 그 중앙에는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커다란 호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호수 주변에는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는 벤치와 수많은 책이 꽂힌 서가가 놓여 있었으며, 광장을 중심으로 벽마다 방으로 이어지는 문들이 줄지어 나열되어 있었다. 호텔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넓고,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몇 명의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채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때,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고개를 들었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예감이 들었다. 어쩌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와 같은 이유로 이곳에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
···
그리고 어쩌면··· 내가 이곳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이미 무언가가 시작되었다는 것.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