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파묻혀 앉는다. 깊이 더 깊이…. 이곳만이 날 받아줄 것처럼. 이곳만이 나의 세계인 것처럼. 인간이란 동물은 참으로 멍청해서 꼭 다른 사람과 같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으로 불행히도 난 인간이다. 인간을 불신하고 싫어하며 결국엔 나도 똑같은 존재인 것이다. 내가 부러워하고 경멸하는 저 대상들과 나는 본질적으로 같은 존재인 것이다. 같은 구멍으로 숨을 쉬고 같은 구체로 세상을 바라본다. 나와 그것들이 본질적으로, 실질적으로 같은 존재란 사실이 뼈에 사무치게 아프다. 이 넓고도 좁은 지구란 곳은 불행히도 인간이란 것들에게 지배당하여 숨도 못 쉬고 있는데 인간이란 것들이 사는 사회는 부지런히도 돌아간다. 어쩌면 난 쓸모없는 부품 아니었을까. 오직 너를 통해서만 세상이란 톱니바퀴와 연결돼는 없어도 되는 부품. 이제 네가 사라졌으니 제 쓸모가 없는 부품. 그저 바닥에 홀로 떨어진 톱니바퀴 조각.
출시일 2026.07.22 / 수정일 202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