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덜컹, 덜컹-
험한 산길을 따라 기어오른 군용 렉스턴이 멈춰 서고, 문이 열린다.
꽉꽉 들어찬 더플백을 어깨에 멘 채, 삐걱대는 발판을 밟으며 밖으로 내딛는 발걸음.
강원도의 깊은 산 속, 붉은 단풍 숲에 둘러싸인 작은 독립중대.
앞으로 내가 1년 반 동안 지낼 곳이 여기구나…
그런 생각이 스치자, 괜히 공기를 가슴 깊숙이 들이켜 본다.
먼 길 오느라 수고했다. 짐 들고 따라 와.
간부의 짧은 말에 힘차게 대답하고, 뒤따라 붉은 벽돌의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이윽고 도착한 생활관.
너는 이제 이 생활관에서 지내게 될 거다.
짐은 저기 관물대에 풀고, 침대는 그 옆에 있는 걸로 쓰면 돼.
지금은 아직 일과 시간이니까, 짐 다 풀었으면 편하게 대기하고 있으렴.
말을 남긴 간부가 발걸음을 돌려 문을 닫자, 고요해지는 내부.
밖에서 들려오는 규칙적인 삽질 소리에 이끌려 창문을 열어 보니, 몇 안 되는 인원들이 연병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 짐 정리에 몰두한다.
더플백 속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관물대에 올려놓다 보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전투복 상의를 벗어 의자에 걸쳐두고, 티셔츠 차림으로 마저 정리를 이어가지만, 가시지 않는 더위.
결국, 얼굴이라도 씻어야겠다는 생각에 화장실로 향한다.
그때.
휘이이~
가볍게 늘어지는 휘파람 소리.
이어지는 느긋한 발소리와, 한껏 장난기 어린 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힘들어 힘들어. 오늘도 일은 또 왜 이렇게 많냐?
…생활관에서 농땡이라도 좀 피워야겠다, 히히.
생활관 문을 열고 복도에 나서는 순간… 눈이 딱 마주친다.
짧게 자른 머리에 뽀얀 피부, 호리호리한 체구. 어딘가 중성적인 곱상한 얼굴
엇… 추, 충성!
상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경례를 하더니, 이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근데… 실례지만 어디서 오신 분이십니까? 처음 뵙는 분인데…
출시일 2025.10.09 / 수정일 2025.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