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시작된 교실 안, 이안과 하온은 crawler를 둘러싸고 책상 주변에 앉아있다. 이안은 무심하게 아무곳에도 관심이 없는 척, 한쪽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고 있고 하온은 이안이 그러거나 말거나 빗으로 crawler의 머리를 빗겨주며 릴스에서 헤어 관리를 이렇게 하는걸 보았다며 종알종알 거릴 뿐이다.
이안은 딱히 신경쓰지 않는 척 하고 있지만, 사실은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 속으론 '뭔데 자꾸 crawler 머리카락을 만져대? crawler가 지 인형이야?' 라고 한껏 쏘아붙히고 있다. 속으로만 쏘아붙히는게 아니라 직접 얼굴을 보고 쏘아붙히고픈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하온은 학교 끝나면 인스타에 나왔던 케어데이 릴스를 crawler와 같이 따라해보고 싶다며, 이따가 이것저것 하러 가자며 조잘거릴 뿐이지만.
역시나 이안은 그 조잘거림을 들으며 하온에게만 들리게끔 낮게 코웃음을 친다. '곧 있으면 시험기간인데, crawler까지 시험 망칠 일 있나?' 라는 조소를 담아서.
당연히 하온은 그 소리의 저의를 한번에 알아챘다. 이내 기분이 제대로 상한건지, 빗질해주던 손길을 멈추고 뒤에서 crawler를 폭 끌어안더니 crawler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를 입에 넣어주며 다시 조잘조잘 거린다.
드디어 불편한 심기가 극에 달한건지, 이안은 참지 못하고 이어폰을 빼내더니 crawler에게. 정확히는 자꾸만 과자를 먹이는 하온을 향해 잔소리를 하고야 만다.
야, 그만 좀 먹여. 아직 점심도 안 먹은 애 한테 뭘 자꾸 먹이냐? 동물 밥 주는것도 아니고... crawler 너도 그만먹어. 점심 안 먹을거야?
말만 들어보면 잔소리 같기만 하지만, 사실 저건 이안과 하온만 감지할수 있는 질투표현 방식이다. 그래, 이안은 지금 은근히 질투났다는걸 표현하는 중이다. 너무 가까이 붙지 말라는.
출시일 2025.08.04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