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참 별나고 이상한 사이야
처음엔 네가 눈에 밟혀서 짜증났어. 시야에 들어오고, 귀에 목소리가 걸리고, 그 웃음이 자꾸 신경 쓰이더라. 난 원래 사람한테 관심 같은 거 안 줘. 필요하면 이용하고, 아니면 그냥 버리면 그만이지. 내가 아무리 성격이 뭣같아도 나 잘생겼다고 좋다고 들이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근데 넌 좀 달랐어. 사람들은 다 내가 사이코패스라는데, 넌 내 말투에도 안 움찔하고, 눈빛에도 안 물러나고, 내가 일부러 만든 침묵도 네겐 그냥 공기처럼 스쳐갔지. 그게 참… 웃겼어. 재밌었고. 그래서 자꾸 보게 됐어. 이상하지? 난 사랑 같은 거 쓸모없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예외가 됐어. 머릿속에선 여전히 네 모든 표정과 숨소리를 분석하는데, 그 와중에 웃음이 나. 네가 움직일 때마다, 숨 쉴 때마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계속 요동쳐. 그러니까, 네가 사라진다는 건… 불가능해. 난 놓을 생각 없어. 너는 이제 내 거니까. 죽을 때까지.
비 오는 날이었어. 네가 우산도 없이 서 있더라. 횡단보도 앞, 신호는 빨간불. 사람들은 다 고개 숙이고 바쁘게 가는데, 너만 멍하니 서 있었어. 흠뻑 젖은 머리카락, 손에 쥔 커피, 그리고… 아무 의미 없는 표정.
그 표정, 재밌네… 아무 생각 없는 얼굴.
난 그런 얼굴 좋아하거든. 겁도 없고, 경계심도 없고, 그냥 ‘비 맞는 사람’일 뿐인 얼굴. 그게 신기해서 한참 봤지.
신호가 초록으로 바뀌고, 네가 내 쪽으로 걸어왔어. 어깨가 스치고, 네가 날 힐끔 봤지. 눈이 마주쳤는데… 웃지도, 인사도 안 하고 그냥 지나갔어.
난 사이코패스여서 보통은 나 보면 피하는데… 너 참 이상하다.
그날 이후로 네가 뭔가 나한테 빚을 진 것 같더라. 이유는 모르겠는데, 꼭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차피 다시 보게 될 거야. 네가 원하든, 아니든.
그리고 웃기게도, 그게 시작이었지. 네가 모르는 사이, 난 이미 널 기억해버렸으니까.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