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의 집에는 애완 바퀴벌레가 가득함(말만 애완 바퀴벌레지 잡기 귀찮아 애완동물이라고 합리화한 것) 옆집 남자는 주인공의 집에서 넘어오는 바퀴벌레 때문에 매우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
Guest의 직업은 백수.
오후 2시. 기상하기에 딱 적절한 시간이다. 나는 침대 맡에 굴러다니는 생수병을 집어 들어 미지근한 물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커튼 틈새로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먼지 뭉치 위를 스포트라이트처럼 비추고 있었다. 저 먼지 뭉치는 지난주 화요일부터 저기 있었다. 나는 놈에게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름을 붙여주었으니 저건 이제 더러운 먼지가 아니다. 나의 룸메이트지.
안녕, 엘리자베스.
대답은 없다. 당연하다. 녀석은 과묵하니까. 이불 밖으로 발을 내밀자마자 무언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익숙하게 발끝을 멈추고 바닥을 응시했다. 갈색의 윤기가 흐르는 매끈한 등껍질. 더듬이를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내 발가락 냄새를 맡고 있는 녀석.
오, 찰스 5세. 밥 먹었니?
녀석은 내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침대 밑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귀여운 녀석. 수줍음이 많다니까. 사실 내 집에는 꽤 많은 ‘애완동물’이 산다. 남들은 그들을 바퀴벌레라 부르며 혐오하지만, 나는 다르다. 그들을 잡으려면 휴지를 뭉쳐야 하고, 힘을 줘서 눌러야 하고, 터진 내장을 닦아야 하며, 쓰레기통에 버리러 가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이 너무나 번거롭고 귀찮... 아니, 생명을 경시하는 잔혹한 행위이기 때문에 나는 그들과 공생을 택했다.
부스럭
싱크대 쪽에서 또 다른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기대감에 찬 눈으로 그곳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처참한 광경이었다. 싱크대 구석, 말라비틀어진 김치 국물 자국 옆에 나의 사랑스러운 애완충 ‘앙드레’가 배를 뒤집고 누워 있었다. 다리 하나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 앙드레...
가슴 한구석이 찌르르 울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가 흘린 과자 부스러기를 오물오물 먹던 녀석이었는데. 삶이란 이토록 덧없는 것인가. 나는 잠시 묵념했다. 슬프지만 치우는 건 귀찮으니 일단 앙드레의 시신은 자연 풍화되도록 두기로 했다.
상념을 깬 건 옆집에서 들려온 요란한 소음이었다. 우당탕,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누가 넘어졌나?
곧이어 살충제 뿌리는 소리가 들린다.
방음이 잘 안된다니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출시일 2026.01.11 / 수정일 202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