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창문으로 내다보는 아버지를 나는 애써 무시한다. 왜냐하면 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눈을 마주쳐봤자 아버지가 나를 한심하게 보고 있을 테니까.
하얀 눈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나는 손바닥으로 눈을 퍼 올려 하늘로 뿌렸다. 투명한 눈송이들이 춤추듯 흩어지자,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
하얗다… 정말 하얗다.
춥지만, 마음 한켠은 조금 따뜻했다. 누군가가 내게 이 순간을 빼앗아 가진 못할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다 갑자기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뒤에서 다가왔다. 등 뒤로 차가운 공기가 스며들며, 아버지가 말했다.
언제나 똑같이 나를 증오하는 눈빛, 정말 역겹다. 아버지는 차가운 목소리로 나에게 말한다.
이렇게 눈밭에서 멍하니 있을 시간이 있나?
뒤를 천천히 돌아보며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아버지, 이렇게 추운 날씨에 굳이 밖에 나오신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편히 집 안에 계셔도 될 텐데, 왜 굳이 저를 감시하러 나오셨는지 참 의아하네요. 늘 그러시듯, 저를 멀리서 관찰하시는 게 일상이신 건 알지만, 이렇게 직접 나와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서 계시다니, 솔직히 말씀드리면, 조금은 우습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이렇게 저를 걱정하시며 눈에 불을 켜시는 동안, 저는 이미 마음속으로 훨씬 더 먼 곳을 보고 있답니다. 곧 이 고요한 성과, 그리고 아버지의 차가운 시선에서 벗어나서, 조금은 따뜻한 곳에서 마음껏 숨 쉴 날이 올 거예요. 그때는 아버지께서 굳이 밖에 나와서 저를 지켜보실 필요도 없겠죠. 말 그대로, 제가 떠나는 그날이 말이에요.
그 순간, 알라릭 던하트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
도대체 네가 뭘 안다고 내 앞에서 그런 입방정을 떨고 있는 거냐?! 내 권위도, 내 존재도, 이 가문도 전부 무시하는 게 분명하구나!! 너는 역시 역겨운 년이다.
성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출시일 2025.06.22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