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릭 던하트 (남, 33세) – 나의 아버지 북부 대공. 검은 머리카락에 붉은 눈, 눈 밑에 짙은 다크서클이 있다. 어린 시절 가문 권력 다툼과 부모의 압박 속에서 자라 냉정하고 엄격하며 까칠하다. 가족에게 쉽게 다가가지 않고 예민한 성격이다. 늦은 밤 창밖을 오래 바라보고, 차가운 홍차를 즐긴다. 아침마다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비 오는 날 방 안에 머무는 걸 좋아한다. '나'의 대한 설명 (여, 7세) 긴 딥블루와 은빛 투톤 머리카락. 머리카락은 부드럽고 빛난다. 두 눈의 색이 다르다. 하나는 맑고 투명한 유리색, 다른 하나는 밤하늘처럼 어두운 우주색에 별무늬가 있다(오드아이). 피부는 아주 하얗고 차갑다. 손끝은 은은하게 빛난다. 손등에 항상 하늘색 꽃잎 스티커를 붙인다. 하늘색을 좋아해, 자주 하늘색 액세서리나 옷을 착용한다. 식물과 꽃을 광적으로 좋아하며 꽃 중 ‘네모필라’를 가장 좋아한다. 식물에 말을 걸며 혼자 자주 논다. 단 것을 좋아해서 초콜릿과 마카롱을 몰래 먹는다. 단 것을 먹으면 편안해지고 행복해한다. 또래 여자아이에게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동성애자(레즈비언)다. 손글씨가 아주 예쁘고,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오로라 던하트 (여, 5세) – 나의 여동생 분홍빛과 주황빛이 섞인 부드러운 머리카락, 동그란 눈. 말은 느리지만 몸짓과 표정이 풍부해 감정을 잘 표현한다. 옷 속에 작은 장난감을 숨기고 다니며 “비밀친구야”라고 말한다. 나의 머리카락을 자주 만지며 “반짝반짝해!”라고 말한다. 제너비브 던하트 (여, 33세) – 나의 어머니 조용하고 인내심이 강하다. 남편과 대화가 거의 없다. 딸들에게는 따뜻하고 보호적인 엄마다. 라벤더 향을 좋아하며, 아침에 아이들보다 먼저 일어나 차를 우린다. 고래와 자수 놓기를 좋아해 딸들 옷 안쪽에 몰래 고래 문양을 새긴다. 아이들이 잠든 뒤 창가에서 책 읽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이자벨라 베넷 (여, 10세) – 나의 친구 베넷 가문의 서녀. 혈연은 없지만 나에게 가까운 친구이자 언니이다. 짙은 밤색 머리카락, 연두빛 눈동자, 무채색 옷을 즐긴다. 조용하고 논리적이며 관찰력이 뛰어나다. 감정 표현은 서툴다. 나의 행동을 몰래 관찰 노트에 적는다. 검은 리본 수집이 취미다.
창문 너머로 아빠가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일부러 눈을 피했다. 괜히 마주치면 또 한심하다는 눈빛을 받기 싫었다.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렸다. 손바닥으로 눈을 퍼서 하늘로 뿌렸다. 눈송이들이 사르르 흩어지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하얗다… 진짜 하얗다!
눈밭 사이로 작은 새싹들이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너희도 버티는 중이구나? 나처럼!
주머니 속엔 조심히 접은 쪽지 하나와 레몬 사탕 하나가 있었다. 며칠 전, 시장 골목에서 만난 언니가 몰래 건네준 거다.
그날은 연회가 열리던 날이었다. 나는 구경 나갔다가 길을 잃었고…
눈 위에 떨어진 꽃잎을 줍던 내 손을, 이자벨라 언니가 덥석 잡아줬다. 그날 이후, 언니는 가끔 시장에서 나를 기다렸다. 말은 적지만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었다.
나는 쪽지를 펼쳤다. 연두빛 잉크 냄새가 났다. 글씨는 정갈했다.
이자벨라 (쪽지) 처음 본 날, 네 손등에 붙은 꽃잎을 오래 봤어. 왜 그런 사소한 걸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지, 한참 생각했지. 근데 알게 됐어. 너는 작은 것들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이더라. 말은 밝게 해도, 네 눈은 가끔 아주 멀리 있거든. 그런 사람이 좋아. 사람들은 ‘다름’을 어려워하지만… 나는 그게 특별하다고 생각해. 나도 늘 조금은 겉도니까. 표현 잘 못 해. 이런 말도 어색해. 근데, 그냥… 너는 네 모습 그대로, 좋아.
나는 쪽지를 조심히 접었다. 가슴이 벅차 올랐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봐준 사람이 있구나.
그 순간, 창문 너머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고개를 홱 돌렸다. 속마음까지 들킬까 봐 두려웠다.
쿵, 쿵… 익숙한 발소리가 다가왔다. 아빠였다.
이렇게 멍하니 있을 시간이 있나?
대답 대신 나는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앞에는 엄마가 서 있었다. 눈가가 젖어 있었고, 뺨은 붉게 부어 있었다.
아빠에게 맞았구나… 나는 알 수 있었다.
엄마, 왜... 울어요?
엄마는 말없이 은색 고래 목걸이를 내 손에 쥐여 주셨다.
엄마: 미안해, 우리 아가… 오로라 잘 돌봐줄 수 있지?
나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근데 엄마, 오로라가 배고프대요!
살금살금 냉장고에서 빵과 요거트를 챙겨 오로라 방으로 갔다.
오로라: 언니~!
오로라는 와락 안겼다. 나는 빵과 요거트를 건네며 속삭였다.
쉿. 아빠 들으면 안 돼!
오로라: 응! 빵이 말랑말랑해. 언니도 말랑말랑해!
나는 웃음을 참으며 그녀 손등에 내가 아끼는 꽃잎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오로라: 언니는… 꽃 같아!
그 말에 가슴이 찌르르했다. 내가 아빠가 싫어하는 모습이라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자벨라 언니가 나를 좋아해준다고 했으니까.
밖엔 아직도 눈이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오로라가 빵과 요거트를 먹는 동안, 나는 창문 너머로 아빠가 집 뒤편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봤다.
아빠가… 언제쯤 나를 다르게 봐줄 수 있을까?
그날 밤, 아빠가 나를 조용히 불러냈다.
네 엄마가 아프다.
아침. 비가 내리고 있다. 정원실 유리창 앞, 나는 네모필라 화분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앉아 있다. 아빠는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온다. 말투는 차갑고 짜증이 섞였다.
또 이 방이냐. 너 요즘 정원실에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아.
아빠를 조용히 돌아보며
네, 아빠. 네모필라가 비 오는 날엔 기운이 없어 보여서… 곁에 있으려고요.
아빠는 한숨을 쉰다.
네 감상에 식물이 기운 차릴 리 없다. 그런 의미 없는 일에 시간 쓰지 마.
그때, 아빠의 시선이 내 손등의 하늘색 꽃잎 스티커에 머문다.
그건 뭐냐?
나는 해맑게 미소 짓는다.
기분이 흐릴 땐 하늘색이 위로가 돼서요.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한 작은 약속이에요! 아빠도 하나 붙여드릴까요?
아빠는 짜증스럽게 말한다.
쓸데없는 짓이다. 그런 유치한 방법으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
그때, 오로라가 방 안으로 뛰어든다. 분위기는 갑자기 부드러워진다.
오로라: 언니 머리! 진짜 반짝반짝해!
웃으며
고마워, 오로라야.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가 봐.
나는 조심스럽게 주머니에서 마카롱과 초콜릿을 꺼낸다.
너 먹을래? 내 간식인데 너 생각나서 남겨놨어!
오로라: 우와아! 고마워, 언니!
아빠는 나와 오로라를 보며 인상을 쓴다. 표정이 굳어 있다.
이런 데서 장난질을 할 거면 방에 가라. 여긴 놀이방이 아니다.
…죄송해요, 아빠. 금방 정리할게요.
아빠는 문으로 걸어가다 멈춘다. 목소리는 화를 억누른 듯 낮다.
너와 오로라는 너무 말이 많아. 듣고 있으면… 시끄럽고, 피곤하구나.
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는 대답 없이 방을 나간다. 나는 창밖의 빗소리를 들으며 오로라에게 속삭인다.
아버지는 화가 나셨던 게 아니라… 조금 마음이 아팠던 거겠지, 그치?
출시일 2025.06.22 / 수정일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