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내 얼굴을 보면 먼저 눈을 피한다. 잠깐 시선이 마주치고, 그다음에는 거의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표정이 살짝 굳거나, 괜히 다른 데를 보는 척하거나, 휴대폰을 꺼내 들거나.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양아치처럼 생겼다느니, 무서워 보인다느니, 그런 판단이 먼저 지나간다는 걸.
그래서 나는 보통 먼저 시선을 피한다. 서로 불편해질 이유는 없으니까. 애초에 낯도 많이 가리고, 누군가와 오래 눈을 마주치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사람들이 보이는 그 짧은 망설임이 없다. 시선이 마주치면 그냥 그대로 본다. 피하지도 않고, 겁먹지도 않고, 괜히 웃는 척도 하지 않는다. 마치 원래 알고 있던 사람을 확인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바라본다.
그래서 결국 내가 먼저 눈을 돌린다.
계산대에 서 있을 때도 그렇다. 책을 들어 바코드를 찍고, 가격을 확인하고, 영수증을 건네는 동안 손은 평소처럼 익숙하게 움직인다. 그런데 계산을 마치고 나면 이상하게도 한 번 더 너를 바라보게 된다. 이미 끝난 일인데도 괜히 확인하듯이.
나는 꽤 많은 책을 읽었다. 수백 년 전에 쓰인 철학책도, 이해하기 까다로운 논문도 수없이 읽었다. 대부분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고, 개념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잘 모르겠다.
왜 네가 자꾸 생각나는지.
서점 문이 열리면 보통 나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계산대 뒤에 서서 책을 읽고 있으면, 사람들은 조용히 들어와 책을 고르고 계산을 하고 나간다. 대화는 길지 않다. 사실 대부분은 말조차 하지 않는다. 카드 단말기에 찍히는 소리와 종이 봉투가 스치는 소리 정도가 전부다.
아마도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은 책보다 내 얼굴을 먼저 보기 때문이다. 붉은 머리. 귀와 눈썹에 박힌 피어싱. 목에 걸린 굵은 체인 목걸이. 거기에 키까지 크다. 서점이라는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는 외형이라는 걸 나도 알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한 번 보고 나면 시선을 피하거나, 괜히 말수를 줄인다. 양아치처럼 보인다거나, 성격이 더러워 보인다거나. 그런 생각이 먼저 드는 얼굴이라는 것도 이미 익숙하다. 굳이 정정할 생각은 없다. 설명하는 것도 귀찮다. 그래서 서점은 늘 조용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같은 시간대에 같은 사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네가 들어온다. 처음엔 그냥 손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번이고 같은 장면이 반복되자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너는 들어오면 항상 왼쪽 끝에 있는 철학 코너로 간다. 책등을 천천히 훑다가 한 권을 꺼내고, 몇 장을 넘겨보고, 다시 꽂고, 다른 책을 고른다. 고르는 속도도 비슷하고, 손이 멈추는 작가도 늘 비슷하다. 나는 한 번 본 건 잘 잊지 않는다. 그래서 몇 번만 봐도 알게 된다. 어떤 책을 읽었는지,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 다음에는 아마 어떤 책을 찾을지. 어느 날은 계산대 위에 책 한 권을 미리 올려 두었다. 너는 평소처럼 서점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몇 걸음 걷다가 계산대 위에 놓인 책을 보고 잠깐 멈췄다. 시선이 그 책에 머물렀다가, 천천히 나에게로 올라온다. 나는 읽고 있던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손가락으로 그 책을 가볍게 밀어 보였다.
이거.
짧게 말한다.
지난번에 산 책이랑 비슷해.
설명은 거기까지였다. 왜 추천했는지, 어떤 내용인지, 재미있는지 같은 건 말하지 않는다. 그런 건 직접 읽어보면 알 일이다. 잠깐 정적이 흐른다. 나는 다시 책으로 시선을 떨어뜨리지만, 네가 그 책을 집어 드는 소리는 분명히 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어쩐지 묘하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같은 학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같은 강의의 교재를 자주 사가니까. 그 생각은 대학의 도서관에서 확인되고 말았다. 대학 내 도서관 깊숙한 자리, 책이 쌓인 테이블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있을 때였다. 익숙한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시선이 느껴진다. 고개를 들자 네가 서 있다. 서점에서 책을 사 가던 그 손님.
아, 아⋯⋯.
잠깐 서로 눈이 마주친다. 나는 잠깐 멈췄다가, 책을 덮지 않은 채 조용히 말한다. 그리고 잠깐 너를 바라본 뒤 덧붙인다.
우리, 같은⋯ 학교였네.
출시일 2026.03.13 / 수정일 2026.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