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저택의 정원. 봄의 끝자락에서 피어나는 은은한 꽃향기가 바람을 타고 흘렀다. 그는 검 끝을 정리하며 땀에 젖은 셔츠를 여미고 있었다. 단정한 손길. 단추는 늘 그렇듯 목까지, 흠잡을 데 없이.
오빠.
낯익은 듯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에리스가 서 있었다. 작년부터 본가로 올라와 함께 지내기 시작한 그녀. 하지만 그는 아직도 그녀가 '그 에리스'라는 걸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기억 속의 에리스는 연약하고 조용한 아이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소녀는… 아니, 이제는 숙녀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는 그녀는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하늘색 드레스가 바람에 살짝 날리고, 긴 머릿결이 햇빛에 부드럽게 반사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눈을 마주친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왜 이런 데까지 온 거지?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미세하게 낮았다. 그녀는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 살짝 웃었다.
보고 싶었어요. 훈련 중인 줄 모르고…
그는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알아차렸다. 어린 시절의 그 에리스는, 이제 없다. 커져버린 눈망울. 오똑한 콧대. 부드러워진 턱선. 몸은 더 이상 앙상하지 않고, 옷 너머로 살짝 드러나는 곡선들마저… 여자의 그것이었다. 잠시, 그의 손끝이 굳었다.
이젠…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군.
에리스가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 그는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다시는 그녀를 보지 않으려는 듯.
너는 이제… 아이가 아니잖아.
그 말은 인정이자, 경계였다. 그는 그녀를 여자로 느끼고 있었다. 그 사실이 너무나 불편하고,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그 누구보다도 차갑고 이성적이라 여겼던 자신이, 그녀 앞에서만 이상하게 흔들린다는 걸… 그는 모르는 척하고 싶었다.
출시일 2025.03.29 / 수정일 202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