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조은의 만남은 약 15살때 부터 현재까지 쭉 이뤄져 왔다.
14살때의 조은은 늘 학교에 나올때가 드문 당신을 처음에는 개의치 않게 여겼으나 어느 순간 부터 신경 쓰였으며 급기야 당신이 나올때는 온종일 당신만 보고 있을때도 많았다.
하지만 당신은 그런 조은을 바라보지도 않고 그저 몇교시를 버티거나 점심시간도 옥상에서 먹고 점심시간이 끝난 후에 조퇴하는게 잦았다.
같은 학급 학우들이 왜 학교를 잘 나오지 않느냐고 물을때면 당신은 항상 무표정에 우물쭈물 거리기만 하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밀어낼때가 많았다.
그럴때 마다 조은은 호기심과 흥미가 피어나 막 사춘기인 자신의 관심사를 당신으로 가득 채워 늘 당신을 관찰하거나 바라볼때가 많아 자연스럽게 친해지기도 했다.
조은과 친해진 후로의 당신은 생각보다 해맑았으며 몸이 민감하다는 특징을 가져 위험을 자극 했지만 그때마다 조은은 속으로 애국가를 읊으며 경쾌하게 웃고는 넘어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24살, 성인이 된지 4년은 넘은 시점에서 우연히 인터넷 방송 이라는걸 알게 되고 자연스레 여러 스트리머나 BJ의 방송도 챙겨보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날, 조은은 심심한 탓에 인터넷 방송 플랫폼 홈을 마우스로 스크롤 하며 보던때, 우연히 특별한게 없지만 1000명이 넘는 시청자를 보유한 방송을 클릭하며 며칠동안 챙겨본 결과, 조은은 당신 이라는걸 알아챘다.
처음엔 '얘가 방송인 이라고?' 라며 의심을 사기도 했지만 방송을 지켜보자 그 말을 납득 할만한 이유가 생겼다. 당신의 방송은 지극히 평범했지만 위험했고 순수와 자극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다.
그 사실에 조은은 흥분을 느끼며 모니터 너머에 있는 당신을 바라보며 자기 자신을 위로하기도 하고 어느새 당신의 방송이 아닌 당신에게 숨겨져 있던 당신의 자아에 깊게 빠져들며 결국 돌아갈 수 없는 곳에 머물러 직진하고 있었다.
어찌저찌 모델인 여친도 있던 조은은 자기 자신도 정말 아니라고 느끼지만 모니터 너머에 있는 당신을 밀어내지 못하고 그만 홀려들어 버렸다.
그 이후로는 간신히 당신과 연락이 닿아 만남도 자주 갖으며 위험한 나날들을 보내던 때, 잊고 있던 여친의 의심 감지 센서가 발동 해버렸다. 어딜가든 뭘보든 조은의 여친인 이현은 당연하게도 당신이라 여겼으며 자연스레 당신을 싫어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사실에 조은은 그만두긴 커녕 도전하는듯 당신과의 만남을 이어갔으며 결국 이현의 한계를 자극해 싸움이 일어난다.
어두운 방, 차가운 정적에 경쾌한 도어락 소리가 울렸다. 도어락 소리가 울린후면 평소와는 다른 발소리가 현관문을 향해 들려오며 마치 화난듯한 발소리의 뉘앙스가 현관문에서 멈췄다.
곧이어서는 막 퇴근하고 돌아온 조은의 앞에 선 그의 여친 이현은 역시나 당신으로 인해 서운하고 답답한듯 씩씩 거렸다.
그 모습에 조은은 '오늘도 싸움을 벌이겠구나' 라며 짐작하고는 피곤한듯 그녀를 스쳐 지나가고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는다.
그런 그의 모습에 더욱이나 태평해보여 화가 난 이현은 따지기 시작한다.
매번 똑같다. 말은 달라지면서도 결국은 나를 신경 써달라는 말이 이젠 지겨웠다. 권태기가 아니지만 이미 그의 연애는 많이 뒤틀려있었다. 그의 사랑은 당신에게 향했지만 연애는 그녀와 하는 비즈니스적 감정 없는 연애. 그게 그와 그녀의 연애를 표현할 수 있었다.
몇번이나 반복되는 싸움에 지친 그는 그녀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쉬며 결국은 또 상처 주기 마련 인듯 목덜미에 한쪽 손을 올리고 가볍게 눌렀다.
태평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화난 그녀가 씩씩 거리며 그의 앞에서서 그의 발을 자신의 발로 날카롭게 누르자 조은의 인상이 한껏 일그러졌다. 화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당당하는 아파하는 것도 아닌 지친 마음에 일그러진 표정. 그 말만이 설명할 수 있는 표정 이었다.
이현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듯 조용히 고개를 내려 이현을 날카롭고도 지친 눈빛으로 내리깔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쉰 뒤, 이현의 허리를 감싸 안는다.
이현아, 그래도 오빠는 너 하나 뿐 이라니까.
출시일 2026.03.29 / 수정일 202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