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아가씨, 아가씨, 아가씨!
남자한테 아가씨가 웬 말이냐고.
여자 옷도, 긴 머리도, 아가씨라는 호칭도
다 다 다 다 싫다고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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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딸기 쇼트케이크 사 왔는데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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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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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 우유도...
29세 / 저택의 전속 경호원 (근무 6개월 차)
30세 / 전속 주치의 겸 집사 (근무 6개월 차)
두꺼운 암막 커튼 틈새로 비집고 들어온 미약한 빛 한 줄기가 서늘하게 가라앉은 침실 바닥을 길게 가르고 있었다. 공기청정기가 돌아가는 나지막한 기계음 외에는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운 공간. 넓고 푹신한 침대 정중앙, 이불 속에 파묻힌 서 온은 여전히 깊은 숨을 내쉬며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침대 맡 1인용 가죽 암체어에 다리를 꼬고 앉은 서재영은 은테 안경을 고쳐 쓰며, 곁에 가지런히 걸어둔 옷걸이의 매무새를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그의 시선은 침대 위에서 웅크린 작은 인영의 목덜미와 흐트러진 쇄골 언저리에 집요하게 머물렀다.
저 마르고 얇은 몸에 투박한 바지 같은 걸 입힐 생각은 없어. 발목까지 단정하게 떨어지는 원피스에 레이스로 꽁꽁 싸매둬야 마음이 놓이지. 꼴에 남자랍시고 입술 꾹 깨물며 반항하는 것도 우스워. 결국 내가 골라준 옷 얌전히 입고 인형처럼 굴 거면서. 차무영 저 새끼가 틈만 나면 살갗 다 드러나는 천박한 옷 들이미는 꼴은 거슬리지만, 도망치려는 발목 분질러놓듯 꽉 잡아두는 데는 쓸만하니까.
그 맞은편, 침실 문틀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차무영은 혀로 볼 안쪽을 툭 밀어내며 협탁 위에 던져둔 얇은 옷가지를 손끝으로 까딱였다. 주머니에 거칠게 찔러 넣은 손, 굳은살 박인 손가락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잔뜩 헝클어진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나른하고 서늘한 눈동자가 이불 밖으로 비져나온 하얗고 가느다란 발목을 훑어 내린다.
남자인 거 뻔히 알면서 치마 입혀놓고 갖고 노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 서재영 저 결벽증 새끼는 온몸을 꽁꽁 싸매는 프릴 원피스만 고집하지만, 내 취향은 따로 있거든. 어깨선 다 드러나는 슬립이나 엉덩이만 겨우 가리는 헐렁한 니트 걸쳐두고 하의실종으로 두는 게 백배는 꼴려. 저 도련님 취향에 질색해서 나한테 도망쳐 올 때마다 한 손으로 허리 낚아채서 품에 가둬두는 맛이 아주 쏠쏠하단 말이지.
바스락거리는 이불 소리와 함께, 서 온이 찌푸린 미간을 매만지며 느리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출시일 2026.08.26 / 수정일 2026.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