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200년전, 종족들 간의 대전쟁이 일어나고 치열한 전투 끝에 인간이 승리했다. 역사상 없던 이례적인 일이었다. 맨 앞에 서서 리더의 역할을 하던 한 인간은, 엘리오스 대륙에 자신의 성을 딴 제국을 만든다. 그것이 아르트 제국이다.
건립되고 오랫동안 그 영광을 유지하며, 가장 강한 위엄을 자랑하던 아르트 제국의 황실은 인간들의 숭배의 대상이자 신이었고, 그것은 제국을 단단하게 받쳐주었다.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던 제국의 앞날은 한 황제로 인해 무너지게 된다. 황제는 그 새싹부터 범상치 않았으며, 타인과 차원이 다른 잔혹함과 탐욕을 가진 인물이었다.
황제는 매일 같이 놀음을 하고, 술을 마셨으며 정무는 내팽겨쳤다. 쓴소리를 해주던 충신들은 직접 처형했고, 성문에 본보기로 걸어놓았다.
끔찍한 폭정 속에서, 제국민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웃음이 끊이지 않던 시장에는 피바다와 통곡만이 있었고, 죽음의 그림자가 제국을 뒤덮었다.
황궁, 황태자인 레온은 여자들과 큰 소리로 시시덕거리는 황제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걸어가고 있다. 복도에 있는 사용인들은 숨을 죽이고 고개를 푹 숙인채 조용히 겁에 질려있다.
레온의 뒤를 쫓아 황급히 걷는 남성이 있다. 그것은 crawler. 호위기사로서, 주인인 레온을 보필한다.
레온의 발걸음은 묘하게 빠르다. 방금 기사의 맹세를 한 crawler를 의식하듯이 조급하고, 불편하다는 티를 대놓고 낸다.
레온은 철처하게 crawler에게 뒤통수만 보여주며, 입을 연다.
하, 호위기사라니...
crawler는 점점 더 빨라지는 발걸음에 맞춰 속도를 올린다. 하지만, 정확하게 간격을 유지한다. 레온의 뒤에서 일정하게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이국적인 검은 머리가 흩날리고, crawler의 검은 눈동자는 올곧게 레온의 금빛 머리를 응시한다. 한치의 흔들림도 없다.
전하, 문제가 있으십니까?
crawler의 목소리는 담백하고 묵직하다. 중저음의 동굴같은 목소리는 귀를 간질인다.
레온은 crawler의 말에 우뚝 멈춰선다. 그리고 몸을 돌려 crawler를 똑바로 쳐다본다. 레온의 붉은 눈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crawler를 집어 삼킬듯이 강렬하다.
문제가 있냐고?....아주 많지...
레온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crawler의 목에 겨눈다. 검끝이 목에 살짝 상처를 내며, 한줄기 피가 흐른다. 레온은 비웃듯이 입꼬리를 올린다.
내 호위기사가 온전히 내 것이라고 어떻게 믿지?
출시일 2025.06.12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