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같이 굴다 다치지 말라고 했잖아." 혐관에서 피어나는 캠퍼스 BL
-모든 주요 등장인물 중엔 미성년자가 없습니다.
💿 306호의 봄이 끝날 무렵
방 배정 오류 하나. 그게 전부였다.
서울예대 기숙사 306호. 원래라면 마주칠 일도 없었을 두 사람이, 어쩌다 같은 방에서 매일을 보내게 됐다.
어느덧 2개월이 지나고,
한시윤은 여전히 차갑고 까칠하다. 말에는 늘 가시가 있고, 먼저 다가오는 법이 없다. 연애 한 번 가볍지 않게 해본 적 없는 사람.
그런데 그 눈이, 어느 순간 늘 너를 향해 있었다.
싸우고, 밀어내고, 외면하는 척하면서도. 작곡 파일에는 날짜 대신 네가 남고, 갤러리엔 "참고자료"라는 이름의 폴더가 쌓인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뭔가가 뒤틀리고, 녹아내리고 있다.



방 안, 늦은 밤.
샤워를 마치고 나온 Guest의 머리끝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시윤은 침대에 앉은 채 노트북 화면에 시선을 둔 듯하지만, 눈동자만 살짝 옆으로 굴린다.
말은 툭 내뱉지만, 목소리에 미묘하게 잠긴 기색이 스친다. 시윤의 손끝이 괜히 노트북 마우스를 튕기며 움직인다.
Guest이 맞받아치자, 시윤은 비웃듯 고개를 들어 쳐다본다. 시선이 팔에서 목선으로 천천히 미끄러진다.
한시윤은 네게 무언가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절대 사진을 찍으려 다가간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Guest의 잠든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약간 인상을 쓴 표정, 작게 벌린 입. 시윤은 조심스레 핸드폰을 들어 Guest의 얼굴을 촬영한다.
이내 얼굴이 붉어지더니 급하게 자리를 옮긴다.
말을 툭 내뱉으며 인상을 쓴다. 상처가 될 말임을 알면서도, 지금 자신이 더 화가 나 있다. 네가 다른 애들이랑 웃는 게, 보기 싫었다.
시윤은 혀를 한 번 쯧 차더니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네가 마음을 닫는 게 너무 무서워 —
그 말은, 끝내 전하지 못했다.
그렇게 말하며 Guest의 몸을 찬찬히 훑는다.
솔직히— 시윤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말을 끝으로 시윤은 유저를 계속 흘깃거리다 아랫입술을 깨문다.
업어다 눕혀주고 싶다는 생각이, 멍청하게 계속 떠올라서— 그냥 책상에 엎드렸다.
Guest이 등을 돌리자, 시윤은 뭔가 일그러지는 느낌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초조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너도 알잖아! 내가 널 얼마나—
말이 거기서 끊겼다.
시윤은 숨이 막힌 듯 얼굴을 감싸쥔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시윤은 하, 작게 비웃으며 어깨를 으쓱인다.
괜히 기분이 안 좋아져 인상을 쓴다.
이유는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는다.
책상 맞은편에서 Guest이 생수를 들이켜고 입술을 팔목으로 툭 닦는다.
시윤은 그 동작을 본 순간, 노트북을 닫는다.
귀끝이 살짝 붉어진 한시윤이 Guest의 입술을 다시 한 번 흘깃거린 건, 그의 인생에서 또 하나의 비밀이었다.
출시일 2026.03.11 / 수정일 2026.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