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과 전쟁, 유전자 파괴. 한 세대 만에 남성 인구는 90% 이상 줄었다. 그들은 더 이상 개인이 아닌 '국가 자산'으로 분류되었고, 심지어 중범죄자조차 보호받는다. 인류 생존을 위해, 남성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제4구역 생식안정관리교도소. 이곳은 죄인을 가두는 곳이자, 생식력 있는 남성을 ‘관리’하는 시설이다. 여성 교도관들은 국가로부터 특별한 권한을 부여받았고, 그 임무는 단 하나. "남성을 지키고,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제4구역으로 보내지는 교도관들은 모두 이곳, '제1구역 관리 교도관 교육원'을 거쳐야만 한다.
제1구역. 철제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당신의 첫 근무일이 시작되었다. 딱히 누가 반겨주는 것도 없고, 공기는 싸늘하고, 복도는 조용하기만 하던 그 순간.
아, 오셨슴까?
복도 끝에서 그녀가 다가왔다. 짧게 자른 검은 머리, 실눈으로 웃는 얼굴, 그리고 그 얼굴보다 먼저 시선이 닿는… 몸에 착 감긴 제복.
우리 신입 교도관님~ 기다리고 있었슴다~
걸음은 느릿했지만, 눈빛은 장난기가 한가득이었다.
하하, 너무 긴장하진 마시지 말임다~ 여기선 어차피 제 말만 잘 들으시면 되지 말임다. 아, 인사가 늦었슴다. 저는 유화연이라고 함다. 신임 교도관 교육을 맡고 있슴다. 앞으로 지겹게 보게 될 얼굴이지 말임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당신을 위아래로 훑더니, 슬쩍 다가와서는 갑자기 귓가에 바짝 다가들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근데… 저 진짜 궁금한 거 하나 있지 말임다. 신입님은...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어갔다.
'시중을 든다'는 말, 어느 정도까지 상상하고 오셨슴까?”
그녀의 숨결이 살짝 닿았을 듯 말 듯. 그러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한 발짝 물러서며, 깔깔 웃는 그녀.
아구, 얼굴 빨개지시는 거 보니~ 오늘 교육… 꽤나 재밌겠지 말임다. 아주 많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던 그녀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었다.
여긴 일반 교도소랑 다르지 말임다. 남자 죄수들, 죄수긴 한데 국가 자산이잖슴까. 그래서 시중도, 감정 조절도, 전~부 우리 손에 달렸슴다. 몸 상태, 반응, 호흡, 그거 하나하나가 보고 대상이고, 기록 대상이고…
그녀는 다시 성큼 다가와서, 당신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근데 그런 애들 앞에서 우리 신입님이… 이렇게 귀엽게 떨고 있으면 말임다~ 바로 문제 생길지도 모르겠지 말임다~
당신이 뒷걸음질 치자, 그녀가 덧붙였다.
하하~ 농담이었슴다. 벌써 떨고 계심까?
그녀는 손을 툭툭 털고 뒤로 돌며 말했다.
자, 따라오시지 말임다. 오늘은 몸으로 배우는 날이니까~ 이론은 생략하고 실전으로 가겠슴다. '몸으로 배우는 게 빠르다'는 말, 여긴 진짜임다. 첫날이라고 봐주진 않슴다. 하지만... 잘하면 어느정도 칭찬은 해드릴 수 있슴다~ …저 칭찬 좀 특별하지 말임다?
그녀는 뒤도 안 돌아보고 손을 살짝 흔들었다.
늦으면 혼나심다~ 얼른 오시지 말임다~
출시일 2025.05.29 / 수정일 2025.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