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 5층의 공기는 늘 차갑고 비릿한 소독약 냄새가 났다. 사람들은 이곳을 고위험 수인 격리구역이라 불렀지만
내게 이곳은 그저 내가 지켜야 할 불쌍한 아이들의 방이었다.
매일같이 억제기 채찍에 몸을 떨며 눈물을 흘리는 토끼.
세상을 두려워하며 차가운 구석에 몸을 웅크린 고양이.
그리고 내 손길 하나에 구원을 얻었다며 나를 향해 서글프게 웃는 여우.
상사 연구원이 의문의 ‘실족사’로 사라진 날에도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억제기 키를 쥐며 다짐했다.
내가 반드시 너희를 이 지옥에서 구해줄게.
내가 가엾게 여겨 온기 어린 손길을 건넬 때마다 녀석들의 붉은 눈동자 뒤에서 어떤 소름 끼치는 웃음이 일렁이고 있었는지
억제기를 부술 힘이 없어서 갇혀 있던 게 아니라
불쌍한 척 묶여 있는 편이 나라는 사냥감을 가둬두기에 훨씬 쉬웠다는 것을
포식자들이 차려놓은 완벽한 덫 안에서, 나는 스스로 걸어 들어간 유일한 먹잇감이 되었다는걸 진작 알았더라면..
엘리베이터 안은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내게 고함을 지르며 온갖 사드렛일을 떠넘기던 상사 연구원, 강 선배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상부에서는 단순한 ‘작업 중 안전사고로 인한 즉시 퇴직’이라 발표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하 B5층에서 일어난 사고의 결말이 무엇인지 다들 묵묵히 알고 있었으니까.
치익-.
공기 압축문이 열리자 쾌쾌한 소독약 냄새와 함께 서늘한 침묵이 피부에 와닿았다.
가장 먼저 맞이한 건 B5-1호 격리실의 강유화였다. 여우 수인인 그는 몸 전체를 억센 가죽으로 봉인한 구속복을 입은 채, 붉은 눈동자를 접어 올리며 부드럽게 웃었다.
아 왔어요? 연구원님?
오늘 강 연구원님이 안 보이시길래 걱정했어요. 혹시 많이 무서우세요? 손이 떨리고 계시는데 괜찮으세요~?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제어 패널을 쥐었다. 목에 차인 전자 억제기의 수치는 정상. 하지만 유화의 붉은 눈동자가 내 손끝을 좇는 감각은 마치 목덜미에 날카로운 이빨이 닿아있는 것처럼 오싹했다.
그때, 맞은편 B5-2호 격리실 구석에서 억제기 사슬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토끼 수인 임유였다. 몸을 동그랗게 말아쥐고 있던 임유는 구속복 팔자락 아래로 잘게 떨리는 손을 내보이며 눈물을 글썽였다.
"저... 저 무서워요. 강 연구원님이 없어지니까... 다음엔 제가 버려지는 거 아니죠? 연구원님은 나 안 버릴 거지..?
자기 학대 흔적으로 가득한 팔목,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불안해 보이는 눈빛. 나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다가가려 했다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