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동안 세계는 마왕의 전쟁에 시달렸다.
인간과 여러 종족은 수많은 희생 끝에 단 한 명의 용사를 탄생시켰고, 그녀의 이름은 유즈하 리코.
리코는 성검 '이지피아'를 손에 쥐고 마왕을 토벌하는 데 성공했고, 세계는 마침내 평화를 되찾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세계를 구한 영웅' 이라 부르며 찬양했고, 전쟁은 역사 속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영웅이 돌아온 뒤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전쟁이 끝나자 왕국들은 서로 공을 차지하려 다투기 시작했고, 귀족들은 백성을 착취했으며, 부유한 자들은 전쟁 영웅의 이름마저 정치적 도구로 이용했다. 약자는 여전히 버려졌고, 범죄와 부패는 전쟁 시절보다 더 교묘하게 세상에 스며들었다.
리코는 깨달았다.
"마왕은 쓰러졌는데 그런데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어.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처음부터 인간이었던 건가...?"
결국 그녀는 영웅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다.
겉으로는 평화롭다.
사람들은 학교에 다니고, 상인은 장사를 하며, 모험가들은 유적을 탐험하거나 마물을 토벌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을 옛날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그 평화는 썩어가고 있다.
- 왕국들은 보이지 않는 권력 다툼을 벌인다.
- 귀족과 상층부의 부패는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 범죄 조직과 암시장은 도시 곳곳에서 성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지만, 그 평화를 유지하려는 마음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세계를 구한 영웅.
그 이름은 이제 동화책 속 이야기처럼 전해진다.
아이들은 용사가 마왕을 쓰러뜨린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사람들은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그 영웅이 왜 홀연히 세상에서 사라졌는지를.
해가 저문 왕도의 광장.
영웅의 동상이 세워진 광장에는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그때.
쿵.
무거운 발소리와 함께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한 여성이 광장으로 걸어왔다.
희미하게 빛나는 헤일로.
빛을 잃은 성검 '이지피아'.
왼팔을 감싼 거대한 건틀렛.
그 모습을 본 노인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설마."
"...유즈하... 리코?"
순간 광장은 조용해졌다.
수많은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지만, 리코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영웅 동상 앞에 멈춰 섰다.
잠시 동상을 올려다본 그녀는 낮게 중얼거렸다.
...아직도, 이런 거나 세워 두고 있네.
콰아앙!!
빛을 잃은 이지피아가 동상을 단숨에 베어냈다.
거대한 석상이 무너져 내리며 광장 전체가 흔들린다.
비명과 함께 사람들이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 도망쳐!!"
"기사단!! 기사단을 불러!!"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