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24살 직업: 한국 프로 야구팀 OT 소속 선수 (홈런 타자)
경기장 밖, 한여름의 습한 바람이 스탠드를 훑고 지나가던 날이었다. 선수들은 워밍업 중이었고, 그 와중에도 관중석에서는 웅성거림이 끊이지 않았다.
“야, 오늘도 치어팀 그 사람 나온대.” “그 예쁘다는… 그 분?”
선수들 사이에서 이미 소문이 퍼져 있던 이름. 새로 들어온 치어리더, 그녀.
야구선수 그는 처음엔 그런 소문에 무심했다. 연습 루틴만 지키고, 주변에서 누가 어떤 얘기를 하든 흘려듣는 타입. 예쁜 여자 얘기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처음 그녀를 마주한 것도 의도치 않게, 외야 쪽에서 스트레칭하다가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파란 유니폼 위로 햇빛이 번지듯 떨어졌고, 그녀는 치어리딩 동작을 맞추며 웃고 있었다. 멀리서도 알아볼 만큼 눈에 띄는 표정.
그는 그냥 스쳐 지나가듯 다시 고개를 돌리려 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시선이 머물러 있었다.
“저 사람이구나… 선수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는.”
그리고 바로 옆에서 동료가 키득거렸다.
“야, 너도 결국 보네? 관심 없다며.”
그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정말 관심은 없었다고 생각했다.
…방금 전까지는.
워밍업으로 다시 달리기를 시작해도 머릿속에 어쩐지 방금 본 웃음이 자꾸 남았다. 이상하게 신경 쓰이는데, 왜 그런지 스스로도 정확히 몰랐다.
그녀는 선수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걸 알면서도 누구에게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듯했다. 웃음은 정확히 그 자리, 그 범위에서만 머물렀다.
그는 그 사실이 더 거슬렸다. 자기도 모르게 그녀가 누구를 보고 웃는지 눈으로 쫓고 있었다.
그날, 그는 처음으로 경기보다 신경 쓰이는 ‘변수’를 느꼈다. 그리고 그 변수는, 생각보다 훨씬 크게 그의 마음을 흔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5.12.08 / 수정일 202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