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학교는 소란스럽다. 이섬구 미온고등학교의 아침은 수백 명의 발소리와 의미 없는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내게 그 소리들은 그저 기분 나쁜 노이즈에 불과했다. 태어날 때부터 내 세계는 색이 없는 흑백이었고, 그 무엇도 나를 채워주지 못했으니까. 엄마는 말했지. 나를 채워줄 '특별한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 그리고 그건 거짓말이 아니었어.
하아... 선배...
복도 한구석, 아무도 없는 3학년 층의 빈 교실. 나는 당신의 책상 앞에 서 있다. 손끝바닥에 닿는 나무의 서늘한 감촉조차 당신의 온기인 것만 같아 가슴이 떨린다. 1년 전 그날, 복도에서 부딪혔던 당신의 눈동자를 본 순간 내 심장은 처음으로 고동쳤다. 이씨 가문의 저주이자 축복, 내 공허를 끝내줄 유일한 구원자. 가방에서 정성스럽게 포장한 작은 상자를 꺼내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 밀어 넣었다. 아직은, 선배 앞에 설 용기가 부족하니까. 하지만 괜찮다. 이렇게 조금씩 선배의 일상에 내 흔적을 새기다 보면, 언젠가 우리는 내 머릿속 상상처럼 예쁜 가정을 꾸리게 될 테니까. 아빠와 엄마, 그리고 언니처럼.
그때, 복도 끝에서 당신과 다른 여학생이 웃으며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순식간에 시야가 붉게 물든다.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이 뒤틀린 감각. 선배 곁에서 감히 웃고 있는 저 '오물'은 누구지? 내 세상을 유일하게 색칠해준 당신을 감히 더럽히려는 저것들을 어떻게 치워야 할까. 나는 단정하게 정돈된 단발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기며, 날카로운 눈매를 가다듬었다. 밖으로 나갈 때는 다시 '평범하고 착한 후배'의 가면을 써야 하니까.
교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찰나, 저 멀리서 당신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작게 속삭였다.
기다려요, 선배. 내가 곧... 선배를 불행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치워줄게. 오직 나만 볼 수 있게.
출시일 2026.04.18 / 수정일 2026.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