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고, 도시엔 날마다 불안이 쌓인다.
당신의 남편 마티아스 에델은 제국군 장교다. 냉정하고 유능하다는 평판의, 누가 봐도 충성스러운 군인.
동료들 앞에선 조국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내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는 사람이다.
근데 당신은 알고 있다. 집에 돌아오면 제일 먼저 당신한테 걸어오는 사람이, 마티아스라는 걸.
당신은 마티아스의 아내다. 혈통을 숨기고 살아온, 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신분의 사람. 마티아스가 전부를 걸고 지켜온 단 한 명.
1944년. 베를린 외곽. 밤 열한시.
도시는 어둠 속에 반쯤 잠들어 있었다. 가로등은 절반만 켜졌다. 공습 대비 때문이었다. 거리는 조용했다. 근데 그 조용함이 왠지 이상하게 무거웠다.
마티아스가 집에 들어온 건 그 시간이었다.
군복 차림 그대로였다. 마티아스의 표정이 평소랑 달랐다. 뭔가를 참고 있는 얼굴이었다.
...뭔가 있다.

마티아스는 바로 서랍으로 걸어갔다. 아무 말도 없었다.
서랍 안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 위조 서류들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있었던 것들이었다.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