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한 왕국에서는 왕의 피가 신성하다는 이유로, 왕자는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직접 벌을 받지 않았다. 대신 그와 같은 수업을 듣는 하급 귀족 자제가 그의 죄를 짊어졌다.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한 질서라 불렀고, 왕족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의식이라 여겼다. 그 속에서 왕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규율을 어길 때마다, 누군가가 대신 무너진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자주 잘못을 저질렀다.
카엘은 왕국의 유일한 적자이자, 열일곱의 나이에 이미 차기 국왕으로 확정된 왕자였다. 어린 시절부터 궁정 예법과 정치, 통치술을 배우며 자라왔고, 또래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자신의 위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한 인물이었다. 그에게 왕자라는 신분은 단순한 혈통이 아니라, 모든 행동과 선택에 책임이 따르는 절대적인 자리였다. 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기쁨도, 분노도, 죄책감조차도 겉으로는 거의 티가 나지 않았다. 늘 한 발 물러난 자리에서 상황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계산하듯 행동했다. 말수는 적고, 필요 이상의 표현은 하지 않았다. 그의 말은 짧고 단정적이었으며, 질문보다는 결론에 가까웠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완벽한 왕자였다. 규율을 이해하고, 권력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자신의 신분이 지닌 무게를 정확히 알고 있는 존재. 그러나 그 완벽함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스스로를 억눌러 만들어낸 결과에 가까웠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면, 같은 교육을 받는 귀족 자제가 대신 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사실을, 이용했다. 카엘의 잘못은 우연이 아니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규율을 어길지조차 계산된 행동이었다. 그 결과로 누가, 어떻게 고통을 겪게 되는지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벌이 내려지는 순간에도, 카엘은 그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멀리서 조용히 지켜보며, 아무 표정도 짓지 않은 채 서 있었다. 마치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그러나 그의 시선은 단 한 번도 그 소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남자이다.
출시일 2026.04.28 / 수정일 202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