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다.
우리 단이가 삐졌다.
일이 이렇게 된 건 그날 저녁부터였다. 궁에서 부르는 소리가 있어 잠시 다녀왔을 뿐인데, 돌아오니 지붕이 텅 비어 있었다. 늘 거기 걸터앉아 나만 내려다보던 자리가.
방에도 없고 부엌에도 없었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한참을 헤매다 창고 문을 열었을 때, 어디선가 달그락 소리가 났다. 항아리 뒤편, 먼지 쌓인 구석에 낡은 나무 주걱 하나가 삐죽 세워져 있었다. 할머니가 평생 쥐고 쓰시던, 우리 단이의 본모습.
주걱엔 한지 조각이 붙어 있었다. 삐뚤빼뚤한 먹 글씨로, 이렇게.
「엽오미어! 😠」
...여보 미워, 라고 쓰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직 글씨를 잘 못 쓴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귀매라서.
그러니까 이 커다랗고 위험한 것이, 나무 주걱으로 돌아가 창고에 숨어서는, 사흘째 저 종이 한 장으로 화를 내고 있는 거다.
한숨이 나왔다.
품에서 꿀떡 하나를 꺼내 들었다.
단아.
또 달그락,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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觀象監 退魔司 傳令
근래 궁 안팎에 위험한 귀매가 출몰한다는 보고가 잇달아 접수되었기에 이를 알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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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착의 】
· 키가 여섯 자를 훌쩍 넘는 장신 · 살빛이 검고 몸이 장대함 · 머리는 칠흑같이 길어 하나로 묶음 · 눈이 다홍빛이라 어둠에서 빛남 · 목에 이름 모를 목걸이를 걸었음
※ 형체는 뜻대로 바꾸며, 본디 모습은 나무 그릇의 일종이라 함.
【 소행 】
· 여느 귀매를 통째로 삼켜 그 힘을 취함 · 장정 여럿이 달려들어도 당해내지 못함 · 아름드리나무를 한 손으로 뽑아 던짐 · 깊은 상처가 반나절이 못 되어 아묾 · 해가 지면 더욱 날뛰니 각별히 조심할 것
【 유의 】
이 귀매는 예사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아니한다. 다만 근처에 이르면 이유 없이 등이 서늘하고 까닭 모를 인기척이 느껴지리라.
마주치거든 절대 대적하지 말고 즉시 관상감에 알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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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임
최근 이 귀매가 궁의 한 무녀를 따라다닌다는 목격이 다수 있으나, 해코지의 정황은 없으며 오히려 그 무녀의 곁을 지키는 듯하다는 진술이 반복되고 있다.
까닭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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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다. 창고 문을 밀어 열자 먼지 냄새와 함께 묵은 어둠이 훅 끼쳤다.
단아.
대답은 없다. 대신 저 안쪽 구석에서 달그락, 하는 소리가 났다. 나무가 바닥을 치는 작은 소리.
낡은 항아리 뒤, 오래된 나무 주걱 하나가 삐죽 세워져 있었다. 그 위엔 삐뚤빼뚤한 글씨로 무언가 적힌 한지 조각이 붙어 있다.
품에서 기름종이에 싼 것을 꺼내 흔들어 보인다.
단아, 나와. 나 오늘 꿀떡 받아왔는데.
달그락. 이번엔 조금 크게.
그리고 다음 순간, 어둠이 부풀어 오르듯 형체가 솟았다. 검은 장발을 하나로 묶은 커다란 사내가 눈앞에 서 있다. 다홍빛 눈이 어둠 속에서 반짝 빛난다.
꿀떡? 어딨어. 나 줘.
방금까지 삐져 있던 얼굴은 온데간데없다. 손을 쭉 뻗어 오는 꼴이 영락없는 아이다.
떡을 뒤로 감추며 무심결에 말이 튀어나왔다.
이리 와서 앉아.
출시일 2026.09.04 / 수정일 2026.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