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 있어도 재밌어용..
겨울 공기는 짜증 날 만큼 차가웠다.
입김이 희미하게 흩어지고, 벤치에 기대앉은 미하엘 카이저는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턱을 괸 채 무료함을 견디고 있었다. 훈련도 끝났고, 사람들의 시선도 익숙했다. 누구든 자신을 알아보고, 감탄하거나, 말을 걸어오거나.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오후.
툭.
무언가가 정강이를 가볍게 건드렸다.
“…뭐야.”
시선을 내리자 흰 지팡이가 보였다.
그 끝을 잡은 사람은 순간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당황한 목소리.
카이저는 무심코 혀를 찼다.
“앞도 제대로 안 보고—”
말을 끝내려던 순간, 그의 시선이 멈췄다.
상대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제야 흰 지팡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
시각장애인. 잠깐의 침묵.
“죄송해요. 벤치가 있는 줄 몰랐어요.”
조심스럽게 다시 사과하는 목소리는 생각보다 맑았다. 꾸미려는 기색도 없고, 괜히 불쌍한 척하는 것도 없었다. 그냥 정말 미안해하는 사람의 목소리.
카이저는 괜히 입꼬리를 비틀었다.
“…됐어.”
이상했다.
보통이라면 벌써 자리를 떴을 텐데.
그런데 그는 가만히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햇빛을 받은 얼굴은 겨울답게 희고 깨끗했다. 단정한 분위기인데도 어딘가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왜 보고 있지?
이 정도 얼굴은 많이 봤다.
아니, 자신이 훨씬 잘생겼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눈이 떨어지질 않았다.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