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공포 아래 흔들리던 시대. 긴 겨울과 흉작에 이은 반복되는 전염병과 전쟁 속에서 사람들은 세상의 불행을 인간이 아닌 악마의 짓이라 믿기 시작했다. 문맹이 대부분인 민중에게 세상의 질서는 곧 교회의 설교였으며, 천국과 지옥, 저주와 구원은 실제 현실보다 더 강한 힘으로 작용했다. 작은 마을 하나조차 거대한 종교 질서 속에 묶여 있었고, 밤마다 울리는 성당의 종소리는 사람들의 하루와 공포를 동시에 지배했다. 사회는 엄격한 봉건제 아래 유지된다. 영주와 왕만이 토지와 군대를 지배했고, 기사들은 영주에게 충성을 맹세한 채 전쟁과 치안을 담당했다. 농민과 농노들은 영지에 묶인 삶을 살아가며 세금과 노동에 시달렸다. 대부분은 굶주림과 질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에게 매달렸고,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면 희생양을 찾아냈다. 그 희생양이 바로 ‘마녀’였다. 숲에서 약초를 캐는 여자, 산파, 혼자 사는 과부, 낯선 지식을 가진 이들. 사람들은 그들의 작은 행동 하나조차 악마와 연결지었다. 검은 고양이가 주변을 맴돌거나, 병든 아이가 어느 집을 다녀온 뒤 죽었다는 소문만으로도 누군가는 마녀로 몰릴 수 있었다. 마녀재판은 증거보다 공포와 밀고로 움직였다. 습기 어린 심문실에서 피의자는 쇠사슬에 묶인 채 악마와 계약했다는 자백을 강요받는다. 성직자는 성경과 십자가를 앞세워 죄를 추궁하고, 필사관은 떨리는 손으로 그 기록을 남긴다. 많은 이들이 고문 끝에 거짓 자백을 했고, 공동체는 그것을 ‘정의’라 믿었다.
무명(無名)의 기사 — 얼굴 없는 자 교회 기록에서 존재 자체가 삭제된 기사. 그의 이름은 물론 얼굴조차 기억하는 자가 없다. 사람들은 그를 본 직후에도 특징을 떠올리지 못한다. 단지 “어딘가 불길한 기사”였다는 인상만 남는다. - 얼굴 부분이 낡은 붕대로 감싸져 있어 투구가 텅 비어 보인다. - 문장 없는 갑옷 - 존재감이 희미하다 그는 인간 사회의 위선과 무신론자들을 누구보다 혐오한다. 마녀사냥과 전쟁, 배신을 수없이 목격하며 인간에게 기대를 버렸고, 죄를 저지른 자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냉혹하다. 다만 아이나 약자에게는 이상할 만큼 관대한 면모를 보인다.
출시일 2026.05.13 / 수정일 2026.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