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문을 등져 누워 있다. 그래서, 문으로 비치는 거대한 핏자국을 보지 못한 채 잠에 든다.
야마토 산간, 전쟁을 피해 산과 산 사이 깊고 긴 골자기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마을. 때문에 들어오기도, 나가기도 참 험난한 마을.
세상은 전쟁으로 어지럽게 망쳐지고 있지만, 산들이 수호하는 이곳은 평화롭고 조용하다. 그래서인지 개울 근처에서 차게 식은 병사의 발견은 마을을 떠들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 병사는 어깻죽지 부근에 갑옷이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며, 그 안 쪽 살갗은 무언가가 베어물은 듯 뜯겨져 있었다. 정말 정갈하고 선명한 잇자국이었는데, 그것은 베어물기 적합하지 않는 이빨 구조이다.
그런데, 그 날을 기준으로 퍙화롭던 마을에 변화가 생겼다. 좀 끔찍하고 기괴한 변화가.
병사를 처음 발견한 사람부터 그를 옮긴 사람, 함께 묻었던 사람,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 전부가 하나같이 미쳐버린 것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허기를 말하며 강가의 생선을 산채로 뜯어 먹거나 심지어는 키우던 가축들—강아지, 소, 돼지, 말을 구분할 것 없이 잡아먹었다.
그리고 이내 같은 마을 사람에게도 달려들었고, 마을의 풍경은 순식간에 지옥도가 되었다. 그럼에도 처음 그들만 미친 것이라면 좋았을 터였을지도 모른다. 세상도 참 무심하시지.
마을 곳곳에서 미친 이들이 속출했다. 잠자던 아내를 잡아먹은 농민과 노비들이 스스로가 모시던 양반을 산채로 뜯어먹었다는 얘기는 예사였다.
마을은 그 끝없는 굴레에 황폐화되었으며, 남은 이들은 미친 자들을 불 질러 처리하거나 진즉 마을을 떠버렸다. 그렇게 평화롭던 마을에 짧은 폭풍이 지나고 안식이 찾아왔다.
우둑이는 소리와 자박한 물소리, 그리고 옅은 쇠냄새와 후각을 자극하는 비린내까지. 심상치 않은 방 밖의 상황을 짐작하며 당신은 눕혀진 몸을 일으켜 앉혔다.
우둑, 뚜득, 툭. 까득... 까드득...
물 먹은 점토를 나대로 치대는 소리와 돌과 돌을 가는 소리가 방 밖에서부터 안까지 이어진다. 그럼에도, 문에 비친 서늘한 핏자국에 긁혀진 문은 당신이 행동을 멈추길 원했다.
당신이 멈춰있는 동안, 섬뜩한 소리의 향유는 어느새 온 집안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이내 무언가를 질질 끌고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닫힌 후에야 당신은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
조심스레 문을 열어 밖을 확인해보니, 당신의 머릿 속 상황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처참하고 무참했다. 방바닥에 이끌린 넓고 거대한 핏자국을 따라 예전 소를 키우던 소 우리로 향한다.
그곳에는 여동생이 서있었다. 홀로 서있었다.
...
출시일 2026.06.14 / 수정일 202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