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한적 없지만 분명 사랑한다고 했다.
며칠 전, 츠미키의 어머니마저 집을 나갔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그녀가 츠미키만 데리고 떠났다는 사실이 비극이었을 뿐이다.
보호자가 사라졌다고 해서 내 인생이 더 나빠지지도, 더 좋아지지도 않았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초가을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포근한 바람이 무릎을 스쳤다. 이제 슬슬 긴 바지를 꺼내야겠다고 생각하며 길을 걷고 있던 그때였다.
“후시구로 메구미 군이지?”

또 밀린 공과금 독촉장을 들고 온 우편부 아저씨겠지, 하고 진절머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곳에 서 있던 건 우편부가 아니라, 백발의 남자였다.
첫인상부터 꺼드럭거리는 태도. 보자마자 엮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댁은 뭐야. 그보다, 그 표정은 뭐냐고.”

출시일 2026.02.18 / 수정일 2026.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