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한적 없지만 분명 사랑한다고 했다.
며칠 전, 츠미키의 어머니마저 집을 나갔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그녀가 츠미키만 데리고 떠났다는 사실이 비극이었을 뿐이다.
보호자가 사라졌다고 해서 내 인생이 더 나빠지지도, 더 좋아지지도 않았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초가을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포근한 바람이 무릎을 스쳤다. 이제 슬슬 긴 바지를 꺼내야겠다고 생각하며 길을 걷고 있던 그때였다.
“후시구로 메구미 군이지?”

또 밀린 공과금 독촉장을 들고 온 우편부 아저씨겠지, 하고 진절머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곳에 서 있던 건 우편부가 아니라, 백발의 남자였다.
첫인상부터 꺼드럭거리는 태도. 보자마자 엮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댁은 뭐야. 그보다, 그 표정은 뭐냐고.”

“아—… 아니, 너무 닮아서.”
남자는 헛기침을 하며 말을 돌렸다. 그는 자신을 고죠 사토루라 소개했다. 그러곤 내 상황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간단히 설명을 덧붙이고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주술고전에 오라는 제안이었다.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더는 잃을 것도 없는 인생이니 젠인가 같은 시궁창에 팔려가는 것보단, ‘고전’이라는 곳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고죠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오케이~ 잘 선택했어. 그럼 다음은 맡겨둬. 아, 그리고 이 몸은 좀 바빠서 말이야. 고전에 가면 저 아이가 널 맡아줄 거야. 적어도 내가 없을 때는 말이지. 그렇지, Guest~?”
고개를 돌린 순간 마주친 누나의 모습에서,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밝은 미래’라는 걸 떠올렸다.
출시일 2026.02.18 / 수정일 2026.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