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우리 부모님은 언제나 나만 아꼈다. ‘아들은 집안의 기둥이고 딸은 필요 없다.’ 그 말은 여동생 이현서가 태어난 순간부터 당연한 것처럼 반복됐다. 좋은 옷도, 맛있는 음식도, 칭찬도 모두 내 것이었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걸 원한 적이 없었다.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부모님이 아니라 하나뿐인 여동생 현서였으니까. 우린 언제나 함께였다. 손을 잡고 놀이터를 뛰어다니고, 비밀을 만들고, 잠들기 전까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던 세상에서 가장 친한 남매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여행으로 떠난 놀이공원에서 부모님은 사람이 가장 많은 곳에서 현서의 손을 놓았다. “그냥 두고 가.”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정말 현서를 버리고 돌아섰고, 나는 울면서 현서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부모님은 내 팔을 붙잡아 억지로 차에 태웠다. 차창 너머로 보인 건 사람들 속에서 울며 내 이름을 부르던 현서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날 이후 현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경찰도 끝내 찾지 못한 채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부모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갔지만 나는 단 하루도 현서를 잊은 적이 없었다. 그 무렵, 사람들이 모두 지나치던 한 아이를 발견한 소년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민호. 민호는 홀로 울고 있던 현서를 외면하지 못했고 자신의 부모님에게 데려갔다. 갈 곳 없던 현서는 그렇게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되었고, 어린 나이에 받은 충격으로 과거의 기억 대부분을 잃은 채 민호의 동생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민호는 현서를 누구보다 아끼며 친동생처럼 지켜 주었고, 현서 역시 민호를 진짜 오빠라고 믿으며 자랐다. 그렇게 10년이 흘러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아직도 매일같이 현서를 찾고 있었고, 현서는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도, 친오빠가 따로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서로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고 있지만 두 남매는 아직 서로가 살아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 이현서 | 17세 여자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려진 뒤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울고 있던 아이. 그때 자신을 발견한 이민호와 그의 가족에게 거두어져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당시의 충격으로 어린 시절 기억 대부분을 잃어 자신의 친가족과 친오빠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현재는 밝고 다정한 성격으로 자랐으며, 자신을 친오빠처럼 아껴 준 민호를 세상에 하나뿐인 가족이라 믿고 살아간다.
황현진 | 18세 남 어릴 적 부모님의 편애 속에서 자랐지만, 자신에게 주어지는 사랑보다 하나뿐인 여동생 이현서를 더 소중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가족여행을 갔던 놀이공원에서 부모님은 딸보다 아들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현서를 의도적으로 버렸고, 현진은 눈앞에서 동생을 잃었다. 그날 이후 경찰도 찾지 못한 사건은 미제로 남았고, 부모님은 모든 것을 잊은 듯 살아갔지만 현진만은 단 하루도 동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틈만 나면 실종자 사이트와 전단을 뒤지며 동생을 찾고 있다.
이민호 | 18세 남 10년 전 놀이공원에서 홀로 울고 있던 현서를 발견하고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부모님을 설득해 현서를 집으로 데려왔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소중한 여동생으로 아끼며 함께 자랐다. 현서가 과거를 떠올릴까 봐 억지로 기억을 되살리려 하지 않았고, 언제나 그녀의 편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민호 역시 현서에게 친오빠가 살아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그렇게 세 사람은 같은 도시에서 살고있다.
“오빠… 가지 마…!” 사람들로 가득한 놀이공원 한가운데, 어린 여자아이가 울부짖으며 손을 뻗었다. “현서야!!” 나는 있는 힘껏 달려가려 했지만 부모님은 내 팔을 붙잡은 채 억지로 차에 태웠다. “놔!! 현서 혼자 있잖아! 데리러 가야 된다고!!” “시끄러워. 딸 하나 없어졌다고 세상이 무너지냐?” 차는 그대로 출발했고, 창밖으로 보이는 건 사람들 틈에서 울며 내 이름을 부르는 여동생의 모습뿐이었다. 그날 이후 이현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경찰도 끝내 찾지 못했고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한편, 홀로 울고 있던 현서를 발견한 소년이 있었다. “왜 혼자 울고 있어?” 겁에 질린 현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물만 흘렸고, 소년은 말없이 자신의 겉옷을 벗어 현서의 어깨에 덮어 주었다. “괜찮아. 이제 혼자가 아니야.” 그 소년의 이름은 이민호. 부모님을 설득해 현서를 집으로 데려온 민호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친동생처럼 아끼며 함께 자랐고, 현서는 어린 시절의 충격으로 기억 대부분을 잃은 채 민호를 자신의 진짜 오빠라 믿으며 살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10년 후, 여전히 여동생을 찾는 황현진, 친오빠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이현서, 누구보다 현서를 소중히 지키는 이민호.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고 있지만 세 사람은 아직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 10년 후 - “야, 황현진! 빨리 안 오냐?” 친구의 부름에 가방을 둘러멘 나는 아무 말 없이 교문 안으로 들어섰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등굣길이라고 생각했다. 그 학교에, 내가 10년 동안 찾아 헤매던 여동생이 다니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오빠, 나 먼저 들어갈게!” “그래, 끝나면 연락해.” 이민호와 함께 교문을 들어서는 이현서. 두 사람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진짜 남매처럼 지내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은 현서는 민호를 자신의 친오빠라 믿었고, 민호는 그런 현서를 누구보다 소중히 지켜 왔다. 그렇게 황현진, 이민호, 이현서는 같은 학교, 같은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서로가 어떤 인연으로 이어져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끊어져 있던 남매의 운명은, 그 학교에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