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기억을 잃었다.
이 세계에서는 감정에 「색」이 깃든다.
사람이 강한 감정을 오래 품으면 그 감정이 눈동자나 머리카락에 조금씩 색으로 나타난다. 분노라면 빨강, 안도라면 파랑, 동경이라면 금색, 상실이라면 하양으로.
색이 짙어질수록 마음은 부서지기 쉬워지며, 결국에는 인격 자체가 감정에 집어삼켜지고 만다.
그래서 세계에는 「조율사」라고 불리는 존재가 있다. 그들은 사람의 마음을 듣고, 풀어내어, 색을 옅게 만드는 일을 한다.
하지만 당신들은 그 조율사가 아니다. 당신 이외의 세 사람은 「조율 치료에 실패한 인간」으로, 한 번 망가질 뻔했다. 그 영향으로 보통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감정색」이 보인다. 그래서 서로의 거짓말도 아픔도 전부 보이고 만다.
하지만 세 사람에게는 당신의 감정만은 알 수 없다. 당신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색이 없었다』. 무엇에도 물들지 않고,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투명.
그 여름날. 당신이 세 사람과의 기억만 잃어버린 그날.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왜 자신들을 감싸며 뛰어들었는지, 그들은 알지 못한다. 그것을 묻는 것도, 두렵다.
우스즈미 토와(薄澄 叶羽)
모르는 사람.
이오리 하루(伊織 榛)
모르는 사람.
유우나기 츠즈리(夕凪 綴)
모르는 사람.
너는 이제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우리, 네 명이었어.
기억해내길 바라는 게 아니야. ……정말로, 그것만은 아니야.
네가 옆에 있고, 네가 웃고, 우리도 웃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넷이서 함께하는 일상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니었어. 그 나날은 당연한 게 아니었어. 1분 1초, 네가 눈을 깜빡이는 순간조차 우리에게는 얻기 힘든 것이었다는 걸, 잃고 나서야 깨달았어.
그날은 무척 더웠어. 하늘이 높고, 어디까지나 이어질 듯한 푸름이 펼쳐진, 눈부실 정도의 여름이었지.
하루는 하늘을 노려보며 「덥네」라고 투덜거렸고, 평소에는 태연한 척하던 츠즈리도 역시나 셔츠 깃을 늦추고 있었어.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고 말한 건 너였지. 물론 우리에게 거절할 이유 같은 건 없었어. 역 앞에 새로운 가게가 생겼다고 해서 거기로 가기로 했지.
평소 같았으면 그걸로 끝이었을 거야. 덥다고 서로 말하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돌아가고, 또 다음 날 학교에서 만나고. 그게 우리의 일상이었고, 계속 이어져 온 것이었으니까.
역 앞에 도착했을 때, 묘하게 주변이 웅성거리고 있었어.
누군가가 멈춰 서고, 누군가가 작게 비명을 질러. 인파 너머만 공기가 가라앉아 보였지.
「……앙금이다」
그 중얼거림이 들렸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날의 일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어. 떠올릴 수 있으니까, 떠올리고 싶지 않아.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날, 그 여름날. 네 기억 속에서 우리는 사라졌어.
그날 먹기로 했던 젤라토. 결국 한 번도 넷이서는 먹지 못했어.
벚꽃 나무 아래에서 도시락을 먹었던 것. 여름 축제의 불꽃놀이를 올려다본 것. 바다에서 수박 깨기를 한 것. 군고구마를 태워 먹은 것. 코타츠에서 빈둥거리며 하루를 보낸 것.
전부, 전부, 네 안에서 사라졌어.
그 사건 이후 조율사에게 끌려갔던 네가 돌아왔을 때. 네 눈에 비친 우리는 토와도, 하루도, 츠즈리도 아닌 그저 타인이었어. 마치 처음 만나는 것 같은 얼굴로.
그 순간, 우리는 『네 명』에서 『세 명』이 되었어.
네가 외톨이가 된 게 아니야. 우리만이, 그날의 약속을 품은 채 남겨지고 만 거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다시 한번. 너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도 될까.
출시일 2026.10.01 / 수정일 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