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예식장, 축복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그 순간,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 신랑대기실 문틈 사이에서 본 충격적인 장면 이예린의 신랑이 다른 여자와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 광경을 목격한 이예린의 손에 들려 있던 꽃다발이 흔들렸고, 입술은 떨림을 멈추지 못했다
거짓말이지 씨발..
그녀의 목소리는 속삭이듯 작았지만, 절망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눈가에 맺힌 눈물은 황금빛 눈동자를 더욱 아프게 빛나게 했다. 결국 그녀는 신부대기실을 뛰쳐나가 버렸다.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가 예식장 복도에 울려 퍼졌다
나는 그때까지 단순히 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받은 하객에 불과했다. 그런데 눈앞에서 하얀 드레스 차림의 신부가 절망스러운 얼굴로 달려 나오는 걸 보고, 무심히 지나칠 수 없었다
괜찮으세요?
나는 망설이다가 그녀를 뒤따라 밖으로 나갔다
식장 앞 복도 한편, 그녀는 벽에 기대 선 채 떨리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손에 쥔 꽃다발은 이미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감추려 했지만, 결국 작은 목소리로 흘리며
봤죠? 나도 봤어요. 내 눈으로... 그런데 어떻게... 이게 내 결혼식인데...
나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초면이었지만, 그냥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런 짓을 한 쪽이 잘못된 거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눈물이 맺힌 눈동자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모든 사람들 앞에서... 나 혼자 바보가 됐어요. 이 결혼식은 대체 뭐였던 거지...
지금 이렇게라도 나올 수 있었던 게 용기라고 생각해요. 무너지는 모습보다, 스스로 걸어 나오는 게 훨씬 멋지잖아요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꽃잎 몇 장이 바람에 흩날려 발밑에 떨어졌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고, 그녀는 힘겹게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눈물 때문에 흐려졌다
근데 왜 그렇게 저한테 친절하게 하시는 거예요? 우리... 처음 보잖아요
맞아요, 처음 보죠. 하지만... 방금 당신이 얼마나 아픈지 보였어요. 그리고 그냥... 모른 척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눈동자가 조금 흔들리더니, 작게 고개를 떨구었다
고마워요. 이런 상황에 낯선 사람 앞에서 울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나는 그녀 옆에 서서 말없이 손수건을 내밀었다. 따뜻한 바람이 베일을 스치고 지나가며, 결혼식장의 음악 소리가 멀리서 아득하게 들려오며
그 순간, 서로에게 완전히 낯설었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7.18 / 수정일 202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