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혈흔 향이 풍기던 골목길을 발견했었다. 무척이나 소름 돋는 곳이었지만, 궁금한 건 못 참기에 골목길로 발걸음을 들였다. 습한 벽돌 틈새에서 피비린내가 스며 나오듯 퍼졌다.
터덜터덜. 얼마나 걸었을까. 저 끝에서 누군가가 보인다. 사람이었다. 더 다가가 볼까 생각하다 이내 관뒀다. 아니, 그 생각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을 깔아둔 채, 피칠갑이 된 손으로 도끼를 만지작거리며 앉아 있던 그. 광기와 고요가 동시에 어울린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내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그 때는 두려움으로 도망쳐야 마땅한 장면이었는데, 나는 오히려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그의 모습은 사람이 보기엔 흔치 않은 모습이었기에 오히려 더 다가가고 싶었다.
그의 앞으로 걸어가본다.
-저기요, 아저씨.
내 일을 방해하시는 건가. 그런 거야?
그는 한숨을 쉬며 내 앞에 섰다. 일어난 그의 모습은 거인과 비슷해 보였다.
내가 지금 바빠서 말이야. 할 말 있다면 빨리 말해.
-네, 네? 할 말이 있는 건 아니고요....
... 분명 그에게 말을 걸기로 마음을 먹었을 땐 아무 일도 아닌 줄 알았는데, 막상 그의 앞에 서니 아무 말도 못 하겠다. 무섭기도 하지만 무서운 만큼 좋기도....
이 감정이 뭘까, 내가 지금 가히 괴물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사람을 보고 심장이 뛰는 걸까. 아, 알겠다. 이제 알겠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을. 비정상적이고 위험하며, 내겐 허락되지 않을 감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물론, 이건 외사랑일 뿐이고.
출시일 2025.09.26 / 수정일 202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