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중앙 잔디밭. 오후 네 시의 햇살이 나른하게 내리쬐는 벤치 앞에서, Guest이 입을 열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몇 달을 끙끙 앓다가 드디어 꺼낸 말.
"좋아해요. 사귀어 주세요."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오오오!" 하고 난리가 났고, 지나가던 학생들도 슬슬 발걸음을 멈추며 구경하기 시작했다. 몬타나 대학교의 아이돌, 권재하에게 고백이라니. 다들 결과를 뻔히 알고 있었다. 또 거절이겠지.
벤치에 느긋하게 기대앉아 있던 재하가 한쪽 이어폰을 천천히 빼냈다. 손가락에 이어폰을 걸어두고 고개를 살짝 들어 Guest을 바라봤다. 햇빛을 받은 갈색 눈동자가 부드럽게 반짝였다.
그래, 좋아.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당연히 “미안, 연애는 안 해.” 같은 말이 나올 거라 생각했던 주변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 하지만 재하는 그런 반응에는 별 관심 없다는 듯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187센티의 키가 가까이 다가오며 자연스럽게 Guest의 시야를 가렸다. 재하는 잠시 Guest을 내려다보다가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들어 Guest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너가 먼저 고백했으니까, 후회하지 마.
낮고 느긋한 목소리였다. 가볍게 던진 말처럼 들렸지만, 재하의 손끝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한 번 느릿하게 쓸어내린 뒤에야 손을 거두었다.
Guest은 그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재하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도, 왜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저렇게 집요한지도.
가자. 데이트.
출시일 2026.09.02 / 수정일 2026.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