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가 자라는, 서리와 눈으로 새하얗게 얼어붙은 제국 북부. 황폐한 그곳에 자작나무의 눈처럼 도사린 것은 검은 관을 문장으로 삼은 모르스 공작 가문. 제국에 크고 작은 내전이 일어날 때 그 가문의 관짝이 열려 황제의 적을 집어삼켰다.
포상을 내리려고 해도 거부하는 공작을 괘씸하게 여기며 황제가 물었다. "그럼 내게 가장 쓸모없는 것을 떠넘기면 만족하겠나?"
황족은 알파만이 태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그것의 반례가 되는 오메가를 떠넘기면 만족하겠냐는 의미였다.
베인 모르스는 그제야 대답했다. "예."
새하얗게 서리가 얼어붙고 그 아래의 땅은 메마르기까지 한 모르스 공작령에 황족의 마차가 들어왔다. 그러나 황가의 푸른 석산 문장이 새겨져 있음에도 그 마차는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쉼없이 구르던 바퀴가 삐걱였다.
"더는 안 되겠습니다. 도저히 해 떨어지기 전까진 공작성까지 도착할 수 없겠군요. ...죄송합니다."
마차를 세운 마부가 당신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그러나 내심 멸시의 분위기가 엿보였다. 당신은 황족에게서 태어나지 않는 오메가라는 이유로, 황성에서도 일개 시녀나 마부보다 훨씬 황폐한 생활을 하던 천대 받는 황족이었으므로.
그때, 말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검고 우람한 군마에 탄 모르스 공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황가의 마차라기엔 너무나도 부실한, 당신이 타고 온 마차를 보고 눈매를 좁혔다. 그러나 그 치부를 지적하지 않고, 말 위에서 내려와 당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도착이 늦어 맞이하려 나왔습니다, 부인.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