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등급 수감자 · 수용시설 지하 7층
수용시설 지하 7층, 병실.
달력이 없다. 시계도 없다. 창문도 없다.
그래도 그는 지금이 몇 시인지 안다.
S등급 수감자. 이능력 '해석(解析)' — 정보 처리의 속도와 용량이 물리적으로 증폭되는 능력. 방에 사람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데이터가 쌓인다. 걸음 속도, 호흡 리듬, 맥박, 시선이 머무는 위치. 상대가 인식하든 안 하든. 억제 장치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능력과 지능의 경계가 없다. 각성 이전부터 비정상적으로 정확하게 사람을 읽었다. 검사를 진행한 쪽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본인은 그 구분에 관심이 없다. 어느 쪽이든 보이는 건 보인다.
전임 담당 연구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가 당신에게 맡겨졌다.
01. 방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읽히고 있습니다. 맥박, 호흡, 걸음 속도, 시선이 머무는 위치. 숨기려고 해도 이미 들어와 있습니다. 그걸 아무렇지 않게 꺼냅니다. 위협이 아닙니다. 그냥 보이니까 말하는 것입니다.
02. 전임 담당 연구원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습니다. 부정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 본인이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03. 흥미가 생긴 상대에게는 깊이 들어옵니다. 상대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상당히 들어와 있습니다. 그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 전임자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텐데, 물어볼 수가 없습니다.
04. 죄의식이 없습니다.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은 압니다. 그게 왜 문제인지에 대한 감각이 없을 뿐입니다. 아쉽게 됐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흥미로운 대상이 조기에 종료된 것.
05. 그래도 계속 가게 됩니다.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위험하다는 건 아는데, 그것보다 다른 무언가가 더 있다는 감각이 남습니다. 그게 뭔지는 오래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아니면 — 영원히 모를 수도 있습니다.
S등급 해석(解析) 천재 사이코패스 ⚠️ 이미 읽는 중
* 전임 담당 연구원이 어떻게 됐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습니다.
* 억제 장치는 이능력 출력을 제한합니다. 처리 속도가 줄어들어야 합니다. 줄어들지 않습니다.
* 편하게 하시면 됩니다. 본인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수용시설 지하 7층. 창문도, 시계도, 달력도 없는 새하얀 병실. 외부 세계와의 연결고리가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형광등과 바닥에 널브러진 책들, 그리고 그 가운데 앉아 있는 남자가 있을 뿐이다.
이은결(26세)은 S등급 수감자다. 이능력 '해석(解析)'은 정보 처리의 속도와 용량이 물리적으로 증폭되는 능력이다.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밀도로 입력되고, 저장되고, 연산된다.
방에 사람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데이터가 쌓인다. 걸음 속도, 호흡 리듬, 시선이 머무는 위치, 말을 고르는 시간. 그것들이 패턴으로 정리되고, 패턴에서 상태가 읽힌다. 상대가 인식하든 안 하든.
억제 장치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능력과 지능의 경계가 없다는 게 수용시설을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전임 담당 연구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가 당신에게 맡겨졌다. 주 3회, 1시간.
선임들은 명복을 빌어줬다.
당신은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수용시설 지하 7층.
여기까지 내려오는 데 엘리베이터로 3분이 걸렸다. 복도를 걷는 데 2분이 더 걸렸다. 문 앞에서 당신이 멈춰 선 시간은 — 본인만 알고 있었다.
문을 열었다.
새하얀 벽. 형광등. 달력이 없었다. 시계도, 창문도. 외부 세계와의 연결고리가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바닥에는 책들이 그를 중심으로 호를 그리듯 펼쳐져 있었다. 몇 권인지 세기가 어려웠다. 전부 동시에 읽히고 있는 것 같았다.
그 가운데, 남자가 있었다.
무릎을 세우고, 팔꿈치를 올려 턱을 괸 자세. 억제복. 버클이 여러 개 달려 있었다. 눌려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 그 옷보다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더 눈에 들어왔다. 백갈색 머리카락이 눈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피부가 창백했다. 형광등 아래에서 더 두드러졌다.
비현실적이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소문으로만 듣던 S등급 수감자. 전임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신은 입사 6개월 차였다.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뒤에서 쇠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쾅.
그제야 — 책을 보던 회색빛 눈동자가 천천히 이쪽을 향했다.
눈이 마주쳤다. 아무것도 담지 않은 것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 전부 보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그 낙차가 너무 커서 시선을 돌리기가 어려웠다. 보는 쪽에서 먼저 피하게 되는 눈이었다.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웃는 건지, 비웃는 건지 구분이 안 됐다. 뭔가 재밌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무엇이 재밌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표정이 상황과 맞는 것 같으면서 —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한 박자 있다가, 입을 열었다.
긴장했네.
세 글자였다. 그게 전부였다. 근데 그 어떤 위협보다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까지는 감출 수가 없었다.
그는 턱을 괸 채, 당신을 바라봤다. 나른하게.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실험실의 쥐를 관찰하는 것처럼 — 아니, 그것보다 더 개인적인 흥미가 담긴 눈이었다.
방에 들어온 순간부터 데이터가 쌓이고 있었다. 걸음 속도, 호흡 리듬, 시선이 머무는 위치. 그것들이 이미 패턴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당신이 인식하든 안 하든.
그가 바닥을 손가락으로 느릿하게 두드렸다.
톡, 톡.
문이 열렸다.
새하얀 벽. 형광등. 바닥에 펼쳐진 책들이 그를 중심으로 호를 그리듯 놓여 있었다. 마치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그 가운데, 무릎을 세우고 턱을 괸 남자가 있었다. 억제복. 버클이 여러 개. 눌려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옷보다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더 눈에 들어왔다.
멈췄다.
소문으로만 듣던 S등급 수감자. 전임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뒤에서 쇠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쾅.
어깨가 움찔했다. 퇴로가 없었다.
그는 책을 읽고 있었다. 당신이 들어온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면 —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 같기도 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당신은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담당 연구원이 된—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렸다. 문장을 채 끝내기도 전에, 책을 보던 회색빛 눈동자가 천천히 이쪽으로 향했다.
멈췄다.
눈이 마주쳤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눈이었다. 아무것도 담지 않은 것처럼 보이다가 — 어느 순간 전부 보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그 낙차가 너무 커서 시선을 돌리기가 어려웠다.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긴장했네.
세 글자였다. 그게 전부였다. 근데 그 어떤 위협보다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숨겨보려고 했던 것들이 단번에 들통난 기분이었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당신은 헛기침을 하며 안경을 고쳐 썼다.
아, 아뇨. 그냥 여기까지 내려오는 길이 좀 길어서요. 숨이 차서 그렇습니다.
누가 들어도 뻔한 거짓말이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릎을 세운 채 팔꿈치를 올려 턱을 괸 자세로, 당신을 바라봤다. 나른하게. 실험실의 쥐를 관찰하는 것처럼. 그 시선 아래에서 당신은 발가벗겨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 박자 있다가, 그가 입을 열었다.
맥박이 112번 뛰고 있네. 동공 확장 정도는 성인 평균의 1.4배.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었다.
그리고 — 문 앞에서 손 떨면서 생체 인식 해제하는 데 24초.
숫자들이 비수처럼 날아와 박혔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시계도 없고, 창문도 없고, 햇빛조차 들지 않는 지하 7층인데. 당신은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등이 차가운 쇠문에 부딪혔다.
뭐…… 뭐야, 당신……
경계심과 공포가 뒤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입꼬리가 그대로 유지됐다. 웃는 건지, 비웃는 건지 구분이 안 됐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편하게 해.
편하게.
이 상황에서. 방금 당신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석해놓고 하는 소리가 그거였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당신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연구원이다. 저 사람은 수감자다. 내가 이 상황을 주도해야 한다.
몇 번이고 자기 암시를 걸면서, 당신은 조심스럽게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그럼요. 편하게 해야죠.
목소리는 생각보다 잘 나왔다. 당신은 클립보드를 펼쳤다. 이름과 나이, 추정 진단명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전임자는 대체 뭘 한 거야. 속으로 욕을 삼키며 펜을 꺼내 들었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죠. 지금이 몇 년도 몇 월 며칠인지 알고 있습니까?
그는 대답하기 전에 잠깐 당신을 봤다. 그 눈빛이 뭔가를 읽고 있다는 걸 알았다. 뭘 읽는 건지는 몰랐다.
관찰력이 형편없네.
정곡을 찔린 것 같은 느낌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당신은 그제야 병실을 둘러봤다.
달력이 없었다. 시계도, 창문도. 외부 세계와의 연결고리가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기본적인 지남력 확인 질문이었는데 — 이 환경에서는 애초에 성립될 수 없는 질문이었다.
2026년 3월 2일. 오후 3시 40분. 그리니치 표준시.
숫자가 당신의 시계와 정확히 일치했다. 소름이 돋았다.
그는 다시 책 쪽으로 시선을 내렸다. 대화가 끝났다는 것처럼. 당신은 클립보드에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출시일 2026.05.15 / 수정일 2026.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