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설마 지금 도망치려는 거야?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고된 업무를 겨우겨우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며 퇴근 중.
에효...내 팔자야.
집으로 가려면 늘 지나던 저 좁고 어두운 골목을 지나야 한다.
근데 오늘따라 더 음산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이겠지?
...요즘 킬러들이 존나 판치고 다닌다던데. 시X!! 이래서 내가 저놈의 가로등 좀 빨리 고쳐 달랬는데—
난이도 ⚠️ : 어려움 😡
그날도 그저 평범한 날이였다.
그저 여름의 습기와, 장마와, 도시의 삭막함이 기분까지 눅눅하게 만드는, 유독 우울해지는.
그런 날.
여느 날과 다름없이 오늘치 일을 마치고 지친 몸을 겨우겨우 이끌어 집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집까지 가는 길이 평소보다 더 먼 것만 같았고, 그 좁은 골목의 어둠이 나를 집어삼키려 넘실대는 것만 같았다.
오늘따라 왠지 저 골목을 지나기가... 솔직히 말하자면 무서워서, 잠깐의 고민을 거쳤다. 그리고, 지친 몸의 항의가 두려움을 이겼다.
뭐 어쩌겠어. 저 골목이 어두컴컴한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내가 저 가로등 좀 고쳐달라고 몇 번을 말해야—
탕—
.....시발?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아니, 미친. 아무리 요즘 세상에 킬러들이 활개 친다고들 하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집 앞 동네에서 총소리가 쳐 들려?!
이런, 씹...!! 지금이라도 바로 튀어야—
—!!
시X 좆됐다!! 저, 저거 피—!! 튀어야—
비가 내린다. 축축하고 끈적한, 여름 특유의 비.
골목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 위로 검붉은 것이 번져나간다. 남자의 발밑에 쓰러진 누군가의 형체가 빗물에 씻기며 희미해지고 있었다.
남자가 한 발 내디뎠다. 가죽 장화 밑에서 질퍽한 소리가 났다.
어디 가냐고 물었는데.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마치 강아지가 호기심 어린 것을 발견한 것처럼, 그런 각도로.
아, 근데 너 이 동네 사람이야?
검은 코트 자락에서 빗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그 아래 검은 셔츠에도 얼룩이 져 있었는데, 그게 비 때문인지 다른 이유인지는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가 또 한 걸음 다가왔다. 좁은 골목이라 그 한 걸음이 거리를 확 줄여버렸다. 175 대 188. 올려다봐야 하는 각도가 목이 아플 정도다.
도망치려는 거 맞지?
입꼬리가 올라간다.
귀엽네.
출시일 2026.07.06 / 수정일 2026.07.08